學人2014. 11. 18. 11:14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겨울에 나올 출판사 사장과 미팅이 오후에 잡혔다. 까놓고 말해 지난 여름에 80%의 뼈대가 잡혀 있었고 거기서 한달 정도만 빡세게 밀어부쳤으면 편집본 지나고 지금쯤 필름 나오기 직전의 최종 원고 잡고 있었겠지만 어디 세상 일이 그런가. 몇개씩 날아오는 일 몸으로 막고 저글링 하다 보면 이렇게 되는 거지. 지금이라도 계약서 도장 찍고 두어 달 고생해서 내년 초에 나오면 다행인거지. 많이 팔릴 거란 예상도 안 한다. 이바닥에 널리고 널린 게 SPSS 교과서인데, 평균 이상의 수준은 넘겼고 분명 교차분석과 같이 다른 책보다 확실히 나은 점이 있긴 하지만 그게 그렇게까지 두드러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2년에 한 번씩 판갈이만 해도 쌩유베리감사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실'이 어떤지를 대강 알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통계학 책도 1년에 기껏해야 2천부 팔린다는데, 한 해에 나오는 SPSS책이 몇십권이다. 2년에 한 번 판갈이 한다는 것도 욕심이 큰 거지. 좌우간 미련은 있어도 후회는 없다. 여름에 날밤까며 미친듯이 하루에 몇십장씩 찍어냈고 다른 선배들 다 나가떨어질 때, 다른 일 하고 논문 쓰면서 끝까지 버텼다. 버티는 게 장땡기고 남는거다.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살아남은 게 어디냐. 장하다 매너놈.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