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人2013. 5. 25. 22:50

같이 연구를 하는 V에게 진심으로 짜증을 냈다. 연구용역과제가 목요일 이후 전혀 진전이 없었다. 엑셀이나 SAS같은 툴을 다루는 기술적인 측면을 주로 물어보는걸 답해주고 하나에서 열까지 하는 걸 다 봐 주고 하다보니, 녀석이 그쪽으로만 집중을 했나 보다. 시간투여는 꽤 한 거 같은데 원고는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아예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번호로 박아버렸다. 원고 작성 되는대로 발송하라고 못을 박아버렸다. 그다음에 내가 작성한 부분을 보여주고 나름의 논리 흐름을 설명하면서. 그리고 정공법이 아닌 사이드를 치고 들어오는 논리임을 알려준다. 그래도 기본은 샤프한 녀석이라, 내가 걱정했던 부분을 그대로 짚고 들어온다. 


"지역별 도로 공급이 통행수요와 불일치한다고 보기엔 근거가 좀 빈약하지 않아요? 통행수요로 제시하시는 것이 지역내 화물운송량과 지역별 차량운행거리의 변동뿐인데, 이거 좀 이상한 거 같아요."


끄덕끄덕. 근데 어쩔 수 없는 것. 시간과 자료의 제약. 어찌 되었든 설명을 해 주고 넘어갔다. 


들어오는 질문, 특히나 테크니컬한 쪽에는 일단 (애증섞인) 짜증 한 번 버럭 내 준 다음에 말을 이어붙인다. 엑셀이나 SAS같은 통계프로그램이 대다수인데, 일단 자기가 모르면 찾을 생각 자체를 잘 안한다. 검색엔진을 돌려도 좋고, 책을 찾아보는것도 방법이며, 각종 프로그램의 도움말은 생각보다 잘 되어있다. 물어볼 때 마다 검색은 해 봤냐, 찾아는 봤냐 물어본다. 반년이 지나도 안찾는 애들은 안 찾는다. 학기초에는 나도 바빠 죽겠는데 돌아가면서 붙잡고 늘어져서, 짜증을 버럭 내기도 했다. "왜 늬덜은 찾아보지도 않고 물어보냐. 나는 뭐 다 알아서 얘기해주는줄 아냐? 늬덜 질문 받고 난 다음에 찾아보는게 절반 이상이다." 뭐 대략 이런. 그러다보니까, 요즘은 아예 검색해도 안 나온다는 걸 들고 오면, 무슨 검색엔진에서 뭘 썼는지부터 물어본다. 이거 한 다음 좀 많이 줄었다. 


주어진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찾는지도 모른다면, 좋은 질문을 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p. s. 나의 옛 직장에 대해 감사하는 점.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특히 테크니컬한 측면에서는. 어떻게든 혼자서 할 수 밖에 없었다. 검색엔진을 뒤지던지 메뉴얼을 뒤지던지, 아니면 생판 모르는 데 전화해서 물어보던지. 그나마 그곳에서 씨발씨발하면서 몸에 익힌 습관으로, 그나마 이번 학기를 버티고 있다. 

Posted by mannerist
學人2013. 5. 20. 00:29

손에 뭔가 잘 안 잡힐때는 기본서가 가장 좋다. 다시 읽기로 한 Frederickson 선생의 행정이론 책을 펼쳤다. 석사 때 행정이론 교과서로 썼던 책이다. 누군가에게 이 책을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지난 100여년간 US 행정학 바닥의 키배를 200페이지 정도로 요약해 둔 책"


오늘 읽은 부분은 의사결정이론(Decision Theroy).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의 구분부터 이야기한다. 조금 거칠게 이야기하면, (초기의) 사이먼은 양자의 분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사실판단에 따른 의사결정이야말로 이바닥에서 과학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기에, 이제부터 의사결정론을 기반으로 진짜 과학을 하자고 했다. 여기에 왈도는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의 분리가 어려울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봤다. 여기에 다시 반박하는 사이먼. 니 말이 맞을지도 몰라. 근데 개념의 명확화 없이 학문을 뭔 수로 발전시킬래? 뭐 대강 이런 내용을 서두에 쓴다. 물론 장문의 글을 통한 논쟁이었겠지만, 이런 두사람의 키배-_-를 프레데릭슨 선생은 압축해서 보여준다. 논리적으로만 보자면 왈도의 압승이지 않나.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의 완벽하게 분리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실질적으로, 경험연구를 하는 (우리) 모두는 사이먼의 아이들이다. 다만, 왈도가 지적한 분리불가능성을 최대한 조심하고, 한계를 인정하는 선에서 타협을 보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다음엔 과연 이성(rationality)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나온다. 의사결정이론에서 나오는 "이성"이란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주로 따르게 되는 특정한, 그리고 매우 흔한 과정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이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결과의 논리와 적절성의 논리가 그것이다. 거칠게 말해 효율성을 밀고 가는 것이 결과의 논리, 효율성보다는 타당한(규범, 규칙 등에 의해) 선택을 한다는 것이 적절성의 논리다. 이 두가지에서 제한된 합리성이 어떻게 나타나느냐를 비교하여 서술하고 있다. 결과의 논리에서 제한된 합리성은 정보의 한계, 주의의 한계, 위험감수의 한계의 형태로 나타나고 이런 부분을 매우 세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제한된 합리성을 모형화하는 방법을 죄수의 딜레마 예를 들어 설명한다. 다음에는 적절성의 논리에서 제한된 합리성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보인다. 적절한 행동에 대한 모호성과 불확실성, 느슨한 연계(loose coupling), 쓰레기통모형에서 나타나는 의사결정 행태와, 이를 연구하는 방법(주로 질적 방법) 설명이 이어지고. 이런 질적 방법으로 기본적인 정보와 파라메터 값을 얻고 시뮬레이션을 죽어라 돌리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뻘생각-_-을 해 보고...


좌우간 오늘 읽은 부분에서 가장 멋진 것은, Super Social Scientist 허버트 사이먼大人의 강의 한 구절이다. 


"I treasonably defected to my political science origins in order to defend our political institutions against the imperialism of utility maximization, competitive markets, and privatization"


23페이지를 집중해서 읽는 데 3시간 반이 걸렸다-_-;;; 죽어라 더 읽고 써야지 뭐...


오후에는 강신택 교수님의 책 "사회과학연구의 논리"를 읽는데, 역시 개념을 다룰 때 가장 어렵다. 개념과 용어와 정의의 관계를 다룬 부분은 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지 싶다. "개념은 어떤 생각이고 이것을 언어적으로 표현한 것이 용어이며, 용어의 뜻을 밝히는 것이 정의인데, 정의는 용어의 뜻을 밝히면서 동시에 개념의 뜻을 밝히는 것이 된다. 개념이나 용어가 무엇을 지칭하고 잇는지도 정의를 통하여 밝혀진다."


Goldberger의 계량경제학을 무조건 한 챕터씩 읽어나가야겠다. 아는 부분은 과감히 건너뛰고... 기초 없다고 맨날 삽질말고. 


진짜 여름이 시작되겠군. =)

Posted by mannerist
2013. 5. 1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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