打字錄2014. 8. 28. 01:33

고등학교때 일이다. 지나치게 두드러지는 동명이인을 지닌 탓에, 이름을 둘러싼 평지풍파가 많았다. 그걸 또 투덜대던 어느 날이었다. 옆자리의 녀석 - 그자식 별명은 고모스였다. 성이 고씨, 이유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맘모스를 붙여 고모스 - 이 말했다. 넌 니가 니 이름이 ㄱㄷㅈ이 아니었다면 안 튀었을거라 생각하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사건이 결정적이라고 하진 못하겠다. 다만,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매우 매우 둔감해졌다. 양 웬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될 일과 안 될 일은 따로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오래 고민해봐야 별다른 소득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껏 할 수 있는 건, 내 멋대로 살되, 남에게 피해 주는 일, 시쳇말로 민폐 끼치는 일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민감해지는 쪽으로 내 행동은 변해왔다. 다르게 말하면, 왠만한 일은 내 생각대로 하고, 다만 다른 사람 귀찮게 하는 일은 안하거나 최소화한다 정도 되겠다. 그러고나서도 나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지니거나 날 미워한다면 그건 글자 그대로 out of my control. 


이런 식으로 살다 보니, 다른 사람의 평판에 대해 민감한 사람을 보면 좀 안쓰럽다. 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는담.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손 털어버리면 되는 걸. 거기다 대고 "난 이런 사람이 아닌데 왜 나를 그렇게 생각해?" 여기서 한 발자국만 더 나간다면 "난 니들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 이런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 정신 나간 짓다. 이 생각을 조금 더 확장해보면, 다른 사람의 뒷담화에 귀기울일 필요는 제로에 가까워진다. 내가 잘 하고 있다 생각하면 그런 생각들은 오해고, 그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거니 신경 끄면 된다. 신경 꺼야 할 더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걸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거다. 반대로, 그들이 보는 게 그게 진실일 수도 있다. 그럼 내가 그것밖에 안 되는 인간인 거고, 그럼 내가 이런 소리 듣고 살아야 되나, 내가 이것밖에 안되나 하고 이 꽉 물고 내 행동을 고치면 되는 거다. 이런 방식의 사고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들어가는 마지막 제약 조건은, 대개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면 그 생각이 옳을, 또는 그 방식으로 사는 게 편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 이런 점까지 감안하고 내 행동을 결정한 다음, 거기에 책임지면 된다. 


퇴근길에 자기 뒷담화하고 다녔냐고 K가 '추궁'한다. 성질 그대로 받아쳤으면 언성이 꽤 높아졌겠지만 일단은 사실이 아닌 점을 다 밝히고 매우 불쾌하였다 붙였다. 얼래, 지가 더 기분나빴다며, 추궁이 기분나빴다'면' 사과드린단다. 조건부 사과다. 자기가 뭘 했든간에 누구도 자기 뒷담화를 할 순 없다. 그리고 차원이 다른 선민의식. 그래, 이제 너에 대해 정확히 알겠다.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8. 23. 14:37

아직 보스가 나를 K선생이라 부르던 시절의 이야기다. 아니, 더 거슬러 올라가지. 보스와 첫 만남때 나온 이야기니까. 


"김선생이나 나나 서울대 나온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김선생이나 나나 실수라는 걸 하면 안 되. 우리는 그게 그냥 실력으로 받아들여져요. 세컨 찬스라는게 잘 주어지지 않는다고. 이건 뭐, 사회생활 오래 한 김선생이 더 잘 알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그 세컨 찬스라는 게 정도를 넘을 때가 가끔 있다. 어느 정도냐면, 잘 할때까지 계속 기회라는게 주어지는 것 말이다. 똑같이 빵꾸내도 지속적으로 그사람을 믿고 기회를 주게 하는 것. 사람 능력 다 거기서 거기고. 그러면 정말 실력을 못 쌓을 사람 얼마나 있겠나. 이렇게 삐딱하게 그들의 '프리미엄'을 바라보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이 '지잡대 컴플렉스'이기 때문이다. 그걸 연료태워 이제껏 버텨왔다. 그런 입장에서 서울대 출신들이 가지는 유형/무형의 프리미엄이 눈에 보일 때마다 속이 쓰린다. 내색을 안 하려 노력할 뿐이다. 

Posted by mannerist
2014. 8. 2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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