打字錄2014. 8. 20. 10:26

학교 들어와 맞이하는 세 번째 이사. 첫 이사는 박사과정 학생 공동연구실이었으니 거의 책과 컴퓨터 두고 다니는 독서실이었다. 여름쯤 교수님 연구실에 자리가 나서 들어왔다. 원장님 바뀌고 구관의 센터 정리하면서 신관 5층의 덥고도 추운 - 둔해서 더위도, 추위도 잘 느끼지 않는 내가 이렇게 느낄 정도니 - 방으로 이사해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 거기서 1년 반을 보내다가 이제 과정 조교를 맡으면서 다시 신관 1층으로. 짐은 많이 늘었고 그만큼 내 공간도 커졌다. 수료도 하고 이제 '일', 연구용역과는 전혀 상관없는 'do for living'을 하니 당연한 거겠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건 전화응대스킬. 예전 밥먹고 한 짓이 이건데 어디가겠어. 그나저니 업무메뉴얼도, 아무것도 없는 이 과정업무, 그만큼 날로 먹자면 날로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긴데, 내 성질머리에 얼마나 그럴지는 아직 미지수. 그나저나, 다들 퇴근한 사무실에서 조용히 혼자 음악틀어두고 공부하는 건 기분좋은 일이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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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人2014. 8. 16. 03:14

왠만하면 보스의 거의 모든 것을 복사해서 가지고 싶다. 그러나 딱 하나만큼은 거부하고 싶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의 과도한 외국어 번역투의 문장 말이다. 영어 교과서에서 자주 쓰는 표현인 "We ~" 의 번역투인 "우리는~ " 은 읽으면 읽을수록 어색하다. 이런 게 몇 가지 더 있다. '것'의 난무, '의'의 중첩, '보고자 한다'등 늘여 쓸 이유가 별로 없는 문장들. 조만간 나올 보스의 책 교정을 보면서, 눈에 들어올 때 마다 여지없이 잘라냈다. 특히 '우리는'같은 경우, ctrl + f를 눌러 일일히 찾아 다 고쳤다. 그러나 최종 교정 원고를 보니, 이런 문장들 상당수가 살아있더라. 별 수 있나. 나중에 보스와 술 한잔 하면서 말씀드려 볼 수 밖에. 


Posted by mannerist
學人2014. 8. 11. 00:33

작년 연구용역의 데이터를 가지고 논문을 내야 한다. 증거기반정책을 이론적 토대로 쓰기로 했다. 문제는 이게 틀 잡기가 너무너무 힘들다. 방학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쪽 논문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데, 단순히 증거기반 정책을 해야 한다는 걸로 가져가긴 너무 약하다. 그렇다고 해서 증거기반정책을 디딤돌삼아 새로운 문제의 발견과 환류, 정책학습 등등으로 끌고 나가려면 너무 논문이 난삽해진다. 큰 방향은 증거기반정책의 중요성과 이걸 제대로 안 하고 있던 노가다판에서, 지난 연구용역에서 도출했던 하나의 증거를 제시하는게 가장 큰 한 방, 그 다음에 잔챙이스럽게 그 한방으로 인해 반 발자국 더 나갈 수 있는 몇 가지 문제를 제언으로 제시하는 형태가 될 거 같다. 


어지러운 마음에 오늘 아침 좀 일찍 일어나 정정길 선생의 '정책학 원론'을 다시 펼쳤다. 증거기반정책 부분만 찾기 어려워 책을 뒤적이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처음부터 다시 밑줄 박박 그어가며 읽고 있다. 눈에 불을 켜고 찾는 건, 정책이론 전반을 다루는 이 책의 각 장이 제시하는 정책과정의 여러 양상에서, 증거기반정책과 엮을 수 있는 부분이 어디인가이다. 그런 식으로, 반나절동안 1/3을 읽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정책도구론 말고도 엮을 구석이 몇 개 있다는 게 소득이다. 


그러다 든 생각. 수료한 이후 읽는 기본서는 다르다. 장/절 하나하나가 어떻게 어디랑 연관되는지 알고 있으니 여기저기 엮으며 읽기 좋다. 내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하이퍼링크가 다시 머릿속에서, 그리고 책의 여백에서 구성되는 느낌이다. 느낌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여기 나온 참고문헌을 다시 읽고 정리해서, 네트워크를 온전하게 책과 내 머릿속에 구현해야 한다. 그게 앞으로 몇 년간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아 할거 진짜 많다. 즐거운 스트레스, 정도로 정리해 두자. 수료 후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읽는 기본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