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A가 올 봄에 학위를 받았다. 그는 취미삼아 직장인 연극동아리 활동을 한다. 지난 주 녀석이 연출한 공연을 옆지기와 함께 관람했다. 고생했다 인사를 건내다가, 졸업한 학부 선배들 소식이 궁금해 물어보았다. 국내에서 학위를 한 어느 선배는 세종시에 자리를 잡았고, 두드러지게 샤프했던 한 선배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제주도에 자리를 잡았다. 나와 터울이 얼마 나지 않는 그들이 좋은 자리를 잡아가는걸 보는 나는, 회사에서 보낸 시간과 지금 학교에서 하고 있는 일을 생각한다.
사람마다 각자의 흐름이 있다. 그러나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간에 비교를 피하기는 어렵다. 비교를 해 보면 '간극'이라는 말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과 내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간극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관심있는 영역이 다른 이상 절대적인 비교가 어렵겠지만, 해당 업계의 상대적인 위상을 통해 대략적인 비교를 할 수 있을 게다. 세세한 걸 따져볼 필요도 없다. 내가 한참 모자라지 뭐.
회사라는 아사리판에서 겪은 경험을 제로로 돌리려는 건 아니다. 학교 다니면서 보낸 2년은 재껴놓는다 하더라도, 어찌 되었든 5년을 풀로 구르면서 쌓은 암묵지가 절대 작지는 않다. 하지만 결국 뒤늦게 공부하다보니 아쉬운 건 아쉬운거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제주도에 자리잡은 선배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해 볼까 하다가 마음을 접었다. 괜찮은 학자가 된 다음에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