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학회논문 발표가 있다. 이번에 발표할 ppt는 토르소 내지는 크로키 정도다. 핵심적인 연구문제와 방법론, 결과와 함의만을 ppt 20장 정도에 녹여냈다. 반년간 드문드문 진행된 보스와의 이번 코웍은 꽤 괜찮았다. "지난 20여년간 아시아 행정학 연구 주제에서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라는 막연한 질문으로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보스가 만든 80% 데이터에 내가 20%정도를 업데이트했다. 막연했던 연구문제를 1)아시아와 서양 주류와의 비교 2)아시아 내부의 동질성 3)아시아 지역 연구와의 비교라는 세 꼭지로 잡아낸 것은 나. 이걸 formal 한 용어로 바꾸어서 정리한 건 보스. 기존의 행정학 연구 경향을 분석한 선행연구의 틀을 따서 비교하는 연구방법을 택한 건 나. 그 방법이 난점과 해결책 몇 개는 보스의 역할. 1차적인 분석 결과와 근거를 내가 내면 보스는 그 중의 논리적 점프와 빈 구석을 채웠다. 이런 식으로 두어 번 면담하고 메일 몇 번 오고가니 어쨌든 완성.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건, 행정학의 여러 분야와 그 분류 체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던 점이다. 왜 하필 보스가 이 프로젝트를 나랑 진행했는지 알겠더라. 최고의 연구 결과물이 2x2 matrix이듯, 결국 학문은 분류 없이 설 수 없다. 최근 20년의 추세에 대해 감을 잡게 된 것도 소득이고. 아마 보스가 내년에 안식년 떠나면 비슷한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것 같은데, 내 주된 관심사는 아니어도 보스와 같이 공부하는 이상 어느 정도 발은 담가야 할 것 같다.
아, 또다른 행운을 이야기하는 걸 까먹을 뻔 했군. 보스의 교재 집필과 맞물려 돌아간 이번 프로젝트에 주로 교차분석 방법을 뼈빠지게 써먹었는데, 보스의 책에서 매우 강조된 부분이 바로 그것. 기존의 통계학 교재가 교차분석에 대해 꽤 문제가 많다고 보는 게 보스의 생각이었다. 심슨의 역설에 대해 제 3의 변수 통제가 중요하다 강조만 하고, 정작 통제 방법은 제시되어있지 않거나, 그냥 카이스퀘어 정도 이야기하고 넘어가고. 보스의 책은 다양한 교차분석 방법을 제시해서 이쪽도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음을 강조한 게 장점. 그러고보니 생각나는데, 발표 끝났으니 이제 열심히 교정 봐야겠구만. 아, 정말 내 공부는 언제 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