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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3 왼손 손목의 통증이 사라지다.
aspiring pianist2008. 9. 3. 23:57
지난달부터 꽤나 신경이 쓰이는 일이 생겼다. 왼손 손목, 그러니까 새끼손가락과 약지를 움직이는, 손목 아래쪽에 자리잡힌 근육이 이상스러울 정도로 땡기기 시작하더니 증세가 극단으로 치달은 8월 말에는 왼손 손목을 뒤로 재끼기만 하면 진짜 손목이 끊어질것같은 통증이 느껴져 60도 이상 뒤로 재끼질 못했다. 무리하게 하농과 K265의 한 옥타브짜리 화음을 두들겨 댄 탓인가 싶어 연습을 끊어 보기도, 파스를 붙여 보기도 했건만 별반 나이지지 않았다. 선생님이 자세는 좋은 편이라고 했는데, 손목과 팔을 움직이는게 좀 덜 해서, 결국 자세가 나빠진건가. 계속 이래서 진도 나가겠나. 그런데 이걸 얘기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이다 물어본 게 지난주 휴가 가기 전, "절대 복종"을 모토로 삼고 있는 제자 매너놈은 레슨 시간에 "저기 여쭤볼 게 있는데요"함서 말을 꺼낸다.

"그런데요, 여기 - 왼쪽 손목 아래를 가리키며 - 가 계속 아파서 그러는데요..."
"(빙긋 웃으며, 그러나 무덤덤하게)네. 그거 원래 그래요."
"네?"
"당연한거에요."
"(망설이다)오른손은 또 안그러거든요. 혹시 제가 자세가 나빠서 그런건가 해서요."
"음. 그렇진 않아요. 오른손은 괜찮으시다면서요."
"네. 그러니까 이상해서요."
"지금 왼손, 특히 손목하고 팔이 오른손만큼 안돌아가서 그래요. 손목이랑 팔 전체를 좀 더 쓰시고요."
"네..."

그리고. 그날 대화의 포인트.

"안아플때까지 연습하셔야해요."

운동선수처럼 운동으로 뭉친 근육은 운동으로 풀란 말인가... OTL...

그날 이후 왼쪽 손목이 땡기건 아프건 그건 니네 사정이라 생각하고 연습량을 평소의 두 배 정도로 늘렸다. 하농 스케일 연습을 한두시간씩 하고 난 다음에야 연습곡과 K265를 쳐 나갔다. 아픈것도, 강도가 계속 똑같다보니 덤덤해졌다. 왜 중학교때 하루에도 수십대씩 타작당하다보면 엎드려뻗쳐하고 야구빠따로 서너 대 맞는 것 정도는 가을바람에 이는 낙엽이 뒤통수 치는 것 정도로 심드렁해지는 일에 가까웠는지도 모르겠다. 십오년 전, 만성이 되다 보니 엎드려뻗친 상태에서 별 생각없이 선생의 구두코를 바라보며 "저 XX 오늘 구두는 닦고 왔네" 그러고 피식피식 웃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통증에 무덤덤해졌다는 말이다.

그러고 오늘, 어김없이 점심시간에, 그리고 퇴근후에 하농과 소나티네를 연습하다가 무심코 기지개를 켜는데, 왼쪽 손목의 통증이 싹 가셨다. 이게 뭔 일인가 싶어 손목을 과도하게 뒤로 재껴보고 꺾어 보는데 가뿐하다. 혹시나싶어 등 뒤로 손바닥을 마주쳐 봤는데도 두세 달 전처럼 가뿐하게 접힌다. 뭐야. 이거. 다 나았잖아.

조금 더 생각해보니, 통증을 의식하게 되지 않은 시기가 K265를 한번에 이어서 주욱 칠 수 있게 된 시기랑 대강 일치한다. 그런거랑 맞물려 생각하니, 겨우 통증 하나가 없어졌을 뿐인데 뭔가 한 걸음 더 나간 거 같다.

앞으로 팔 이곳 저곳이 더 쑤실 거다. 오른손 2,3 번과 4, 5번 소리는 여전히 확연하게 구분될 정도로 다르고, 5번은 심심할때마다 두번째 마다기 꺾이지 않아 부담스러운 자세로 불안정한 소리를 낸다. 왼손은 모데라토 이상의 템포에서 16분음표를 감당하지 못한다. 그럴때마다 또 극심한 통증에 한번씩 시달리겠지.

엄살 떨지 말고 요령 떨지 말자. 노가다는, 양적 축적은 위대하다. 그냥 무심히 밀고나가는게 최고다. 매너놈이 무슨 레온 플라이셔도 아니고, 직장에 반나절을 매여 사는 주제에 무리한 연습으로 오른팔 마비를 겪을 공산은 신경 꺼도 될게다. 그러니 고통이고 아픔이고 핑계대지말고 연습, 연습, 연습이다.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