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이란걸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전에 일했던 경험 덕택이다. 기술직으로 입사했다가 엉겁결에 서울 본사의 기획실 평가팀으로 발령이 났던 것, 공공기관의 조직-개인평가를 처음으로 도입하던 시기에, 컨설팅부터 시스템 구축, 운영과 개선에 이르기까지 몇년간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실제로 굴러 볼 수 있었던 것. 딱 한 단어로 표현하면 아사리판이었지만 그 판에서 구르다가 내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공부를 시작하게 될 실마리와, 약간의 실전감각도 함께.
지금 하는 일. 수천가지의 사례의 공통점을 찾아 적게는 몇 개, 많게는 몇 십개의 요인으로 일반화를 시키는 일이다. RDB 스타일로 표를 만들어 정리를 하고, 1차 일반화, 2차 일반화의 형식으로 만들어 나간다. 몇 차 일반화를 거쳐야 몇천 단위의 사례가 몇십개 단위로 줄어들 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지난 몇 년의 실무 경험으로 인해, 답 없어 보이는 일을 어떤 프로세스로 쳐 나가야 하는 것 정도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잡아낼 수 있다는 점, 지금 그것이 내겐 가장 중요하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적어보자. 지금 내겐 과거 정부의 부처별 사업평가 보고서가 몇만장 단위로 쌓여있다. 이것들의 집행과정상 어떤 문제점이 발생했는지를 유형별(부처별, 문제별, 또는 사업분류별)로 정리한다. 이걸 RDB스타일의 엑셀 파일로 만든다. 그 다음 RDB상에 나타난 몇 가지 유형별로 정렬하고 다시 일일히 확인하여 1차, 2차 일반화 특성을 뽑아내여 계속해서 옆 셀에 정리한다. n차를 거쳐서 몇십개 정도로 사례 문제의 공통점이 뽑혀 나왔을때, 해당 작업을 정지하고 정리된 집행과정의 공통문제점 몇십개에 대해, 다시 역순으로 구체화 트리를 만든다. 이것이 내일 날 밝기 전에 완료해야할 작업이다.
공부와 일을 양립해가는 첫 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