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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4 사무실에서.
打字錄2008. 11. 24. 23:22
하나. 간만에 뻑뻑하게 일했다. 오전 내내 내부고객만족도 조사 뒤치닥거리에 매달렸다. 퇴직하면 자동으로 인사 DB에서 삭제되는 문제가 있던 걸 개선해서 사내 인사시스템과의 연계 체계를 이중으로 만들어놨더니 이제 무심결에 물리면 퇴직자가 재직자와 구분이 잘 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현재 인사DB와 대조해서 일일히 노가다를 쳤다. 뒷골 땡겨서 각 담당자들에게 이중 확인시킨 명단도 나름 제 몫을 했다. 무사히 조사가 끝나기만 바란다.

둘. 여전히 건반 앞에 선 매너놈의 손은 둔하다. 이정도면 됐거니 싶어 몇 번 연습하지 않은 소나티네 5번은 어김없이 선생님 앞에서 헤멘다. "지난시간과 그다지 달라진 게 없네요." 떱떠름한 스승의 표정 옆에 앉은 매너놈의 속은 쓰라리다. 똑같은게 당연하다. 몇 번 안 쳤으니까. 당연히 진도 뺄 거라 생각해서 엄한 다음 체르니 곡을 연습했으니까. 옆에 누가 있어도 흔들리지 않을 수준까지 연습해야 한다. 한두 군데 버벅대면 다 된게 아니다. 옆에 누가 앉아있을 때 그 열 배 정도 버벅댄다고 생각해야 한다. 간단히 생각하자. 1 * 10 = 10, 0 * 10 = 0. 연습에서의 미스터치 한 번은 실황에서 열 번이다. 한 번도 미스터치 없을때까지 연습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 노부코 이마이 여사의 공연을 지난 주 목요일에 다녀왔다. 모든 레파토리에서 귀를 뗄 수 없었던 올 봄,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때 프라작 콰르텟 공연의 전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매너놈이 처음 접한 노부코 이마이 여사의 뜨거운 소리는, 큰맘 먹고 배째고 낸 하루 휴가의 가치를 뛰어넘기 충분했다. 첫 곡 샤콘느부터 다른 세 대의 비올라 - 결코 수준이 떨어지지 않았던, 그리고 안정적이었던 - 와 확연히 다른 소리를 냈다. 소리의 농도와 세기가 비교할 수 없었다. 언젠가 비올라를 연주하는 사람에게 직접 들었던 "노부코 이마이 - 확~~ 타오릅니다"가 무슨 뜻인지 절감했다. 헨델의 울게 하소서 변주도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똑같은 선율을 옥타브와 코드, 주법을 바꾸어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그때마다 다른 색깔을 냈다. 피치카토로 마무리하고 활을 허공에 그었을 때, 아쉽기 그지없었다.

넷. 그 여파 때문이다. 주말 내내 직장인 오케스트라를, 그리고 비올라를, 비올라 강습을 기웃거린 건. 뒷머리 벅벅 긁으며 다시 되뇌인다. 제길슨. 피아노부터다. 적어도, 골트베르크 변주곡 전곡 잡기 전까지는 다른 악기 기웃거리지 않으리라.

다섯. freemind로 보고서 목차를 정리했다. 매너놈이 오늘 만든 목차는 두 개다. 전년도 평가보고서의 목차, 그리고 올해 평가보고서가 들어가야할 체계를 적은 목차. 그리고 오늘 매너놈이 만든 표에는 두 개의 column이 있다. used items, 그리고 new items. used items는 평가체계의 골격이 되는 부분이다. new items는 개선사항이다. 기분 좋게도, 비중이 거의 50 : 50 이다. 이 각각의 항목에 대비되는 녀석들을 이제 올해 목차 체계에 짜 넣은다음 모든 자료를 때려부으면 마무리된다. 이번주 내로 끝내야 다음주의 쌩노가다가 조금은 여유로워진다.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