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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04 카라얀 교향곡 박스셋 2
items2008. 11. 4. 00:35
카라얀이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녹음한 교향곡 '전집'류를 싸그리 모아냈다. 굳이 전집이라는 말을 붙인 건, 매너놈이 두손 두발 다 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카라얀 지휘의 멋진 교향곡 몇 개가 빠졌기 때문이다(지금도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70년대 녹음이 이 패키지에 왜 뺐는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DG originals로 나온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가디너의 녹음과 더불어, 5악장에 실제 교회 종을 쓴 몇 안되는 녹음 중 하나라서 더 아쉽다. 극과 극을 오가는 골 깊은 소리는 물론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여하간, 여기 묶인 녀석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전집'이거나, 유명 작곡가의 잘 알려진 교향곡을 묶었다는 거다.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이나, 닐센 교향곡 4번 '불멸'같은 넘덜이 빠진 건 여적 아쉽긴 하다.

그러나 이 묶음에 아쉽다는 타령을 하는 건, 딱 여기까지다. 이가격에 이정도 묶어놓은걸 보면 저절로 만세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장에 기껏해야 이삼천원 꼴밖에 안되는 CD들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도 구차한 짓거리다. 그런 전차로, 간단하게나마 매너놈이 주로 듣고 즐기는 카라얀의 교향곡 몇 개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어놓는걸로 이 전집에 대한 상찬을 갈음하련다.



베토벤 교향곡_매너놈이 난생 처음으로 집중해서 들은 교향곡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고, 그게 또 하필이면 귄터 반트 할배와 NDR의 90년대 전집 연주었다. 까고 말해 남들이 카라얀 카라얀 하는게 고깝게 보인 것 절반, 그리고 처음 맛을 들연 연주가 자의적인 템포 변화는 거의 없고 금관이 두드러지는 칼칼한 연주다보니 기름기 가득 끼어 - 이건 반트 할배 연주 듣다 카라얀의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들은 매너놈의 솔직한 감상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활에 그리스라도 잔뜩 치고 긋는 줄 알았다 - 있는 소리가 맘에 차지 않았다. 역시나 하고 카라얀의 베토벤은 재껴둬 버린다. 사람들이 제아무리 카라얀의 60년대 연주가 좋다고 해도, 별로 귀가 기울여지진 않더라.

그런데 나이가 먹어서인가, 여렴풋이 인정하게 되는 일 중 하나가 많은 사람들이 상찬을 하면 뭐가 되었든간에 이유가 있다는 데 점점 마음이 기울어진다. '업계'를 한번 슥 - 둘러보니 "카라얀의 그 훌륭한 70년대 전집이 이 가격에, 그것도 기워져서 풀리다니!' 분개하는 사람들이 왕왕 있더라. 그리고 그에 별다른 반론도 제기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여적 매너놈의 솔직한 심정은 그렇다. 카라얀의 베토벤. 제돈 주고 사서 들을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상찬하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 저 패키지를 받는다면 아마 그 이유부터 풀기 위해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걸지 싶다. 매너놈이 파악하는 카라얀의 스타일, 기름기 넘치는 현과 주선율을 아주 잘 들리게 강조하는 연출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리고, 그 연주가 맘에 들면, 아마도 연례 행사인 12/31에 베토벤 교향곡 9번 듣기에는, 생전 그럴 리 없다 생각한 카랴얀의 음반으로 들을지 모른다. .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낭만적"_매너놈에게 '명불허전'이란 말을 인식시킨 음반이다. 별다른 기대 없이 고클래식 음악방송에 올라와있길래 클릭해서 들었는데. 와... 지금도 4년 전, 매너놈 방구석 2만원짜리 싸구려 스피커로 울려 퍼지던 화려하고 매끄러운 현악기의 장막을, pp부터 ff까지의 간극과 이를 자 대고 쭉 선을 긋듯 크레센도 치면서 에너지 쏟아붓는 충격적인 1악장 첫 동기를 잊을 수가 없다. 그때까지 들은 어떤 연주도 카라얀의 브루크너 4번 "낭만적"만큼 화려하고 극적으로 1악장을 펼치지 못했다. 지금은 문을 닫아버린 종로 뮤직랜드에 한달음에 달려가 그 음반을 찾고 또 찾다가, 결국 50%할인행사때 긁어오던날은 또 얼마나 행복했던지!

그럼에도불구하고, 이런저런 브루크너 교향곡을 들으면서, 특히 칼 뵘이나 첼리비다케처럼 한 음 한음 차곡차곡 쌓아 느릿하지만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그 무엇도 거스를 수 없게 터뜨리는 스타일의 연주의 매력에 빠졌을 때, 왠지 극과 극을 몰아치듯 오가는 카라얀의 연출이 과장되고 어색하다 느껴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중고시장에 내놨다. 아주 당연한듯이, 제값 이상을 받고 CD가 팔렸다.

한동안 브루크너 4번 "낭만적"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저 표지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연주가 바로 이 연주다. 한때 내 마음을 흔들고 혼을 빼 놓았던 연주니까. 서양고전음악에 별 관심 없고, 5분 이상 청각 자극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1악장 도입부 첫번째 동기가 끝날 때 까지는 그저 입 쩍 벌리고 듣는 수 밖에 방법 없을거다.

카라얀의 브루크너 7번... 더 할 말도 없다. 빈필과의 마지막 녹음도 그렇고 EMI에서 나온 베를린 필과의 연주도 그렇고. 굳이 불멸의 이순신 삽입곡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렇게 카라얀의 브루크너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집중하기 힘든 건, 카라얀의 브루크너 8번이다. 매너놈에게 카라얀/베를린 필의 브루크너 8번 4악장의 기름기 가득한 현악은 도무지 적응하기 힘들다. 리히터의 회고록을 보면 분명 카라얀 최고의 녹음 중 하나라 극찬하는 부분이 나오는 걸 보면 훌륭한 연주긴 할 텐데. 취향 탓이라 겨우 말해 둘 뿐이다.

조금 덧붙이자면... 카라얀/베를린 필의 브루크너 교향곡 전집만 15만원 정도 한다. ;;;;;;;;;;;;;;



슈만 교향곡 1번_공장 선배 P. 첫인상만 봐서는 도무지 친해질 것 같지 않던 그녀와 말 섞게 된 건, 그녀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한다는 이야기를 밥먹고 커피 마시다 들은 다음부터다. 그러니까 지난 겨울, 지난 연주회에서 드보르작 교향곡 8번을, 4악장의 질주를 무난히 따라잡았다는데 놀란 매너놈이 요즘 뭐 연습하시냐고 물었을때, 그녀의 대답은 이랬다. "슈만 봄 교향곡이요."

매너놈은 슈만의 피아노 독주곡과 실내악에는 열광한다. 피아노 소나타 2번의 지독한 감정 기복도 좋고 피아노 5중주의 유쾌함에 웃음지으며, 교향적 연습곡과 카르나발의 화려함 앞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슈만의 교향곡은 아직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간혹 라디오에서 레파토리를 볼 때마다, 고클래식 게시판에서 슈만 교향곡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공장 선배 P를 떠올리긴 하지만 제대로 귀 기울여 들을 생각을 하진 못했다. 그러니깐. 이 곡에 대해서는 순수한 '기대'가 맞다.



차이콥스키 교향곡_므라빈스키나 스베틀라노프같은 극단적인 금속성의 칼칼한 현악에 제대로 길들여진 탓에 매끄러운 차이콥스키 자체가 상상이 잘 안되긴 한다. 하지만 라디오 통해 4악장 들은 걸 기억해 보면 꽤 유연하고 유들유들했던 것 같다. 혹자에 따라서는 '배때지에 기름 낀 부르주아들 식으로 비튼 자본가 계급의 차이콥스키'란, 꽤나 어처구니 없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지만 아예 스타일 다른 데서 매력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사실 기대되는 건 5번이다. 4, 5, 6번의 후기 교향곡 세 곡중 가장 꽃가라스러운 곡이기 때문에 말이다.



브람스 교향곡 3번_뭐하다가 가장 최근에 산 CD가 뭐냐고 P에게 물어봤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 자판 두들기다 생각났다. 올 여름, 풍월당 20-50%세일한다고 넌지시 알려주자 우띠... 짜증내면서 한 말이 '나 어제 카라얀 브람스 교향곡 전집 샀는데'였다.

브람스 교향곡도 매너놈은 편식한다. 주리줄창 1, 4번만 들었다. 그러다가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게 된 교향곡 3번 3악장을 듣고 홀딱 반했던 게 올해 늦여름이었던가. 하여튼 그 타이밍에 야근하다 선배 P의 차를 타고 공장 선배 문상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선배가 듣던 CD가 브람스 3번의 3악장이었다. 뒷자리 선배들과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걸 귓등으로나마 노이즈로 처리하고, 오는 길 내내 3악장 선율을 머리속에 새겼다.

이 브람스 3번만큼은, 특히나 3악장만큼은, 칼칼한 소리로 듣고 싶지 않다. 최대한 여유있고 두툼한 소리로 듣고 싶다. 그러기엔 카라얀이 제격이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그날, 집구석 앞까지 데려다 준 선배에게 차 문 닫아주며 건낸 말은 이랬다. "음악 잘들었어요."



아쉬운 것_

1.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70년대 녹음이 빠진 것
2. 드보르작 후기 교향곡이 빠진 것
3. 교향곡 이외에 기적같은 관현악 작품집과 교향시(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가 빠진것



그럼에도불구하고, 브루크너/베토벤 전집만 생각해서라도. 이 아이템, 청각 자극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투자할만하다.



싱크로 될 만한 트랙, 하이드님께 권유(무순)

 -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
 -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
 - 브람스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 베토벤 교향곡 3번 4악장
 - 베토벤 교향곡 6번 1악장
 - 베토벤 교향곡 7번 전곡
 - 브루크너 교향곡 4번 1악장
 - 브루크너 교향곡 3번 3악장
 - 브루크너 교향곡 4번 3악장
 - 브루크너 교향곡 5번 3악장
 - 브루크너 교향곡 7번 3악장
 - 브루크너 교향곡 8번 2악장
 - 브루크너 교향곡 9번 2악장(써놓고 보니 싸그리 다 스케르쵸 악장이구만;;;; 요즘은 나오면 매너놈이 돌려버리는)
 -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전곡(모차르트 장조 곡은 안듣는다-_-)
 - 차이콥스키 교향곡 1번 2악장
 -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4악장
 -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3, 4악장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