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 sauvages'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11.09 LES SAUVAGES
aspiring pianist2008. 11. 9. 17:46
느지막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원래대로라면 한창 연습해야 할 소나티네 5번을 연습해야했다. 그런데 전에 프린트 해 둔 라모(Rameau)의 건반악기 모음곡 중 하나인, Lea Sauvages가 눈에 들어와 보면대에 펼쳤다. 처음에는 헤레베레가 지휘한 관현악 편성으로 들은 3분 내외의 짤막한 곡이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저 필립 헤레베레 음반은 4년 전 런던의 중고음반가게에서 건진 거니 그럴 말을 붙이는게 그리 어색하지는 않다) 그 곡이 장 필립 라모의 건반악기 모음곡의 일부라는걸 알았다. 실제 피아노 곡을 접한 건 작년 말, 아르모니아 문디 50주년 기념 박스셋에서 알렉산드르 타로의 연주를 CD로 걸어두었을때다. 단조곡답게 서글프지만 우중충하지 않다. 귀에 쏙 들어오는 사단조 멜로디가 이상하게 머릿속에 오래 들어박힌다. 그래서일까. 참 여러 사람에게 뿌린 곡이기도 하다.

곡 돌아가는 걸 관찰하며 손가락을 움직이니 왼손/오른손이 I, IV, V도 펼침화음이 계속된다. 단순하지만 아직 검은 건반을 번갈아 짚는 게 서툰 매너놈에겐 첫 16마디가 녹녹하지 않다. 두시간 정도 여섯마디만 죽어라 반복했더니 얼추 CD로 들은 곡과 비슷한 템포로 짚어진다.

K265다음 연습할 곡이 생겼다. 출력한 악보를 삼공바인더에 까워 다녀야겠다.

제주도 낀 출장을 며칠간 다녀왔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매너놈 맘대로 잡은 일정이었다. 그래서 일정 내의 프로그램 치는 것도 온전히 매너놈의 몫이었다. 두 시간의 집체교육과 네 시간의 각 팀간 대면지도 및 애로사항 청취가 그 일이었다. 여섯시간 남짓의 일정을 밀어내는 동안 몇 번의 타박과 하소연, 꽤 날선 소리도 몇 번 들었다. 딱 그만큼 피곤했고 딱 그만큼 보람있었다. 난생 처음 밟은 제주도에는 비가 뿌렸다. 다음에 섬에 가면 그런 날씨이기를 바랐다.

출장댕기느라 빠뜨려먹은 피아노 연습을 메우니 일단 손이 땡긴다. 맘에 안드는 둔탁한 손놀림에 속이 탄다. 그저 건반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면 된다. 그렇게 마음먹는게 전부다.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