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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人2012. 8. 18. 22:08

꽤 오래 전 재밌게 본 만화에 이런 내용이 있다. 마법에 재능이 있는 줄 알고 어렸을때부터 그족으로 주욱 노력한 여자가 있다. 그러나 강호는 넓고 고수는 많은 법. 그녀의 마법 재능과 실력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재능이 있다 생각했고, 또 그렇기에 십여년간 갈고 닦은 게 아무것도 아님을 깨달았을 때, 당연히 그녀는 충격에 빠진다. 


거기서 끝이면 소년만화가 아니다. 그녀는 평균 이상으로 빠르다 생각했던 반사신경과 몸놀림이 예외적으로 우수했다. 그녀는 이제 마법을 포기한다. 그리고 직접 손과 발로 치고 받는 무투가의 길로 들어선다. 당연히, 그녀는 무투가의 재능으로 주인공 일행에 큰 도움을 준다. 


요즘 내가 느끼는 감정이 그렇다. 내가 남들보다 조금은 낫다고 생각한 분야가, 속을 들여다보니 결코 그렇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대신에, 내가 별로 신경쓰지 않고, 노동집약적이서 별로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던 작업에, 다른 사람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 그리고 돌이켜보니 지금 뿐만 아니라 예전의 직장에서도 그랬다는 것.


지지난 주 회의를 마치고 담배 피러 건물 밖으로 나간 보스가 했던 말. "너는 이쪽으로 특화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아쉽고,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내가 생각하고 꿈꾸던 것을 계속 하지 못하는 건 아쉽다. 하지만 다른 영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남아있다는 건, 다행이다. 


두 가지가 떠오른다. 아마도 내 연구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게 될 프로그램은 다름 아닌 엑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그리고 다른 하나. 지난 학기 연구방법론을 닫으며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어려운 작업은 결국 분류라는 것. 그리고 가장 좋은 연구는 2x2 matrix라는 것. 


"전직"기념으로 술이라도 한 잔 마셔야 하나(웃음)...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