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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5.11.15 D-1
  3. 2015.03.23 back to the basic
  4. 2014.12.08 착취
  5. 2014.11.28 간만에 머신모드
  6. 2014.11.26 오늘과 내일
  7. 2014.11.18 도장
  8. 2014.10.27 저글링
  9. 2014.09.26
  10. 2014.09.23 결국에는 하게 된다.
2015. 11. 16. 01:55

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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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15. 01:50

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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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人2015. 3. 23. 02:05

결국 내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나는 박사논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시 공공기관 정부경영평가다. 여러 생각이 오고간다.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우연하게 찾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난 행운아다. 평가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정체성, 평가로 생성되는 지식의 활용, 텍스트 네트워크의 분석방법, 아직 넘을 산이 많다. 가장 힘든 건 아무래도 보스의 설득이 되겠지. 하여튼 이만큼 좁힌 게 어디냐. 할 게 산더미같이 많다. 다만 방향을 잡았으니까. 그게 어디냐. 

Posted by mannerist
學人2014. 12. 8. 23:49

술취한 보스가 전화를 했다. 너 아직 갈 길이 먼 거 알지? 많이 부족한 거 알지? 난 네가 일이 아니라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너 주위에 너를 익스플로이트, 그러니까 착취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게 가슴이 아프다. 니가 자식아 버텨내고 이겨내야해. 


주변에 최근 몰려 든 온갖 일거리가 생각났다. 내가 정말 잘 하고 필요해서 불러 나간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스타일 맞춰 놓은 걸 다 깨먹고, 연구제안서의 목차도 못 맞추는 선배의 무능을 흉보고, 프린터 드라이버 하나 못 잡는 후배들을 한심해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착취당하면서 내 가장 소중한 자원인 공부할 시간을 잃게 되는 것, 그게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 


그래서 술에 취한 보스의 말을 듣는 일은 힘들다. 아프지만 옳고, 그렇게나마 내게 그런 조언을 해 주는 보스에게 면목이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어려운 내 가깝고도 먼 미래를 내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mannerist
學人2014. 11. 28. 17:47

어쩌다 보니 맡게 된 일이 있다. 내가 온몸으로 원했던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때 평가지표 만들고 돌리는 걸로 밥벌어먹고 살았던지라 기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서 맡았는데, 막상 맡아보내 옛날 생각도 나고 재밌더라. 하루 자료검토 하고 하루 몰아쳐서 이틀동안 제안서 한 편을 찍어냈더니 머리는 뿌듯한데 몸은 피곤해 죽을 지경이다. 


그러면서 놀란 게 있다. 도대체 진도가 안 나가는 내 개인 프로젝트 논문. 왜 이리 한 문장 쓰기가 어려울까. 업계 책 따라 주마간산식으로 훑어본 게 이제 5-6년이 넘어가는데 평가체계 제안서는 왜 하루에 삼십장씩 찍어내면서 논문은 왜 안 써지는 걸가. 레퍼런스를 안 읽은 것도 아니고 거기 내용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정말 한 문단, 한 문장, 한 단어 쓰기가 어렵다. 왜 그럴까 생각하며 오늘 새벽 잠깐 눈 붙일 때부터 회의 전까지 고민하다 갑자기 생각난 답이 있다. 그렇게 얻은 지식으로 사람들과 부대끼고 예산 만져가면서 "일"을 해보지 않았다. 그것 말고 차이가 없다. 머리로 아는 지식과 몸이 알고 있는 지식의 간극이 그런 건가보다. 결국 이 단계를 넘어서야한다. 

Posted by mannerist
學人2014. 11. 26. 22:37

이제는 식상해질정도로 유명해진, 영화 "아저씨"의 명대사. "너희는 내일만 보고 살지? 난 오늘만 산다. 내일만 보고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에게 죽는다. 그게 얼마나 X같은 건지 보여주지." 대강 이런 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액션영화의 대사로만 기억되기에는 아까운 말이다. 내일만 보고 사는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 무섭게 많다. 내일의 희망만, 좋은 것만 바라보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사람들에게, 그 일들은 어쩔 수 없이 "오늘만"사는 사람들에게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들로 인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어깨에는 더 무거운 짐이 놓인다. 그게 달가울 리 없다. 육두문자 한 번 뱉어내고 꾸역꾸역 하는 수 밖에 없는 거다. 


물론 그런 일들이 "짐"만 되는 것은 아니다. 플러스가 되는 일도 많고, 그렇기에 내일을 보고 사는 사람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아, "오늘"만 사는 사람들에게 더 얹어질 때도 있다. 문제는 그걸 다 더해보면, "짐"이 압도적으로 많은 경우가 다수라는 거다. 그 "내일만"바라보는 자들은 항상 말한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쁘다. 가고싶은데 못 가는 게 너무 아쉬운 우리가 피해자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결과적으로 지워지는 짐에 대해, 무지하거나 또는 무시한다. 그런 본성 또는 본능을 가졌기에 그들이 "내일"만 바라보고 살 수 있는지도 모른다. 


길게 봐서, 이러한 차이가, 둘 중 누가 잘 되고 못 되고와 귀결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노력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온전히 운과 확률의 문제에 더 가깝다. 이걸 불공정하다고, 불공평하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그리 생겨먹은걸 어떻게 탓하나.  다만 누군가는 양자의 "과정"에 대해 기억해 줄 것이라고, 대. 책. 없. 이. 믿는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내가 이야기한 거, 왠만한 건 예외없다. 이상하게 이동네에서 관대한, 양다리 걸쳐놓은 "유학준비"에 대해서도 말이다. 

Posted by mannerist
學人2014. 11. 18. 11:14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겨울에 나올 출판사 사장과 미팅이 오후에 잡혔다. 까놓고 말해 지난 여름에 80%의 뼈대가 잡혀 있었고 거기서 한달 정도만 빡세게 밀어부쳤으면 편집본 지나고 지금쯤 필름 나오기 직전의 최종 원고 잡고 있었겠지만 어디 세상 일이 그런가. 몇개씩 날아오는 일 몸으로 막고 저글링 하다 보면 이렇게 되는 거지. 지금이라도 계약서 도장 찍고 두어 달 고생해서 내년 초에 나오면 다행인거지. 많이 팔릴 거란 예상도 안 한다. 이바닥에 널리고 널린 게 SPSS 교과서인데, 평균 이상의 수준은 넘겼고 분명 교차분석과 같이 다른 책보다 확실히 나은 점이 있긴 하지만 그게 그렇게까지 두드러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2년에 한 번씩 판갈이만 해도 쌩유베리감사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실'이 어떤지를 대강 알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통계학 책도 1년에 기껏해야 2천부 팔린다는데, 한 해에 나오는 SPSS책이 몇십권이다. 2년에 한 번 판갈이 한다는 것도 욕심이 큰 거지. 좌우간 미련은 있어도 후회는 없다. 여름에 날밤까며 미친듯이 하루에 몇십장씩 찍어냈고 다른 선배들 다 나가떨어질 때, 다른 일 하고 논문 쓰면서 끝까지 버텼다. 버티는 게 장땡기고 남는거다.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살아남은 게 어디냐. 장하다 매너놈. 

Posted by mannerist
學人2014. 10. 27. 14:28

오랜만에 아내와 즐겁게 외출했다 돌아온 것 까지는 좋았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술을 마신 게 문제였다. 막걸리 + 맥주의 조합이라 머리나 속이 아픈 게 문제가 아니었다. 정해진 출근시간에 30분 늦은 게 문제였다. 더 큰 문제는 하필이면 이런 날, 아홉시 땡 치자마자 날아왔던 보스의 호출이었다. 이럴 때 내가 쓰는 말. "어머나ㅆㅂ"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모를리가 있나. 지금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보스와의 프로젝트 세 개(교과서 집필, 사례연구 플랫폼 프로젝트, 소논문 하나. 이상 중요도순)겠지. 어떻게 맞아야 덜 아플까 최대한 고민하며 일단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카페로 직행한다. 행대 앞 학생들이 알바 뛰는 카페는 느려터졌다. 줄을 서더라도 프로들이 하는 경영대 카페가 낫다. 아메리카노 하나, 라떼 하나를 기다리고, 또 양 손에 하나씩 들고 이동하면서, 머릿속으로 보고 내용을 점검한다. 코웍하고있는 친구의 메일은 버스에서 대강 확인했고, 이건 사례중심으로 썼는데 포멧이 문제가 있어 내가 좀 필터치면 된다, 교과서는 추가해야할 부분이 데이터 머글링 쪽 좀 있는 거 같고, 특히 엑셀노가다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데이터 구조변환 부분을 좀 추가해야 한다, 그리고 수식 몇 개 빠진거. 보스의 오리지날 고과서에도 빠진 부분 몇 개. 진행중인 논문은. 아, 이거 나오면 진짜 할 말 없는데 이러면 죽여주십시오 하면서 모가지 길게 빼는 수 밖에. 


노크하기 전 복도에서 보스를 만났다.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했다. 예상범위 내의 질문들에서 잘 막아냈다. 그러나 문제. 임의의 자료를 표준화했을때, 이게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 왜 그런가? 절반만 맞췄다. 아, 이런 타이밍에 한동안 손 놓고 있던 수리통계학을 물어보시면 반칙이다. 별 수 있나. 약간의 갈굼은 감수해야지. 


사무실에 내려오니 벌써 열시다. 월요일의 일상적 일정대로 오전 내내 주임교수 두 분과 원장님께 보고드릴 업무보고를 짜고, 이번주 강사들에게 알림 메일을 쏜다. 그걸 대강 마무리하니 열한시 반. 이제 한 숨 돌리며 개인 메일 확인을 한다. 그제서야 어제 술 마신 여파가 아직 몸에 남아있음이 느껴졌다. 운동 세게 하지 말아야지 하고 신발주머니를 들고 나왔다. 


"이바닥 들어온 이상 평생 그러고 살아야 돼. 딱 한가지만 할 수 없어. 어딜 가나 기본적으로 연구용역 과제 두어 개와 논문 두세 개 정도랑, 각종 행정 잡무 계속 저글링을 하게 될 거야. 그거 잘 못하면 아무것도 못해. 그 이전에 아무데도 못 가." 아내에겐 미안한 말이겠지만 아마도 남은 일생동안 이러고 살겠지. 그와중에 여유는 여유대로 찾아야 할 거고. 지금같은 절박함은 덜하겠지만. 절박함이란 거. 여기에 기대어 신경 곤두세우고 사는 거, 일생의 일부니까 할 만 한 거다. 평생 이러고 어떻게 사나. 

Posted by mannerist
學人2014. 9. 26. 11:00

결국 보스와 나만 남았다. 차라리 속 편하고 잘 됐다는 생각이다. 진작 이랬어야 했다.어찌 되었든 내 이름 찍혀서 나가게 될 첫 번째 책이다. 삑사리 없이 다시 한 사이클 돌아보자. 

Posted by mannerist
學人2014. 9. 23. 21:33

결국에는 사영이론을 들여다보고있다. 박사 첫 학기 마치고 보스가 "이 책 봐. 이게 제일 좋아"라 했던 최병선 교수님의 회귀분석 상/하권이다. 회귀분석의 거의 모든것을 망라하고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정말 이런 책 없다. 그러나 서두에서 밝혔듯, 선형대수와 수리통계학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는 절대 봐선 안 될 책이기도 하다. 그 두 가지 중 어느것도 코스웍을 통해 제대로 배운 적은 없다. 박사 3년차쯤 되서 논문 몇 편과 프로젝트 몇 개를 하는 과정에서 몸으로 때워 알게 된 지식들을 어설프게나마 주워들어, 이제야 이 책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정도가 된 듯 하다. 일과시간중에 그나마 집중해서 볼 수 있는 것이 계량 공부와 프로그래밍이니 결국 이 책으로 다시 돌아오는구나. 


##월요일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왼쪽 발바닥 근육이 비병을 지른다. 발걸음을 내딛을 때 마다 누군가가 발바닥 근육을 앞뒤로 잡아당겨, 발바닥 가운데부터 찢어질 것 같았다. 간혹 일년에 한 두번 이럴 때가 있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이러다보면 풀리겠지 하면서 절뚝절뚝 걸었다. 점차 근육이 풀려, 점심때 보스와 솔밭식당 다녀올 정도까지 되었다. 그런데 젠장, 저녁먹고 잠시 소파에 눈 붙이고 일어났더니, 난리가 났다. 걸음을 내딛을 때 마다 발바닥이 쪼개지는 것 같았다. 열시쯤 집구석 돌아갈 때, 평소 걷는 속도의 1/3정도나 간신히 냈을까. 서늘한 날씨에도 땀을 비 오듯 쏟으며 간신히 집에 와서 쓰러졌다. 새벽에는 통증이 극에 달했다. 발바닥 통증으로 인해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오늘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절뚝거리며 간신히 학교에 도착해서, 밥먹으러 갈 엄두도 내지 못하며 발바닥만 문질러댔다. 대강 진정된 게 점심 좀 지나고였고, 지금 이 시간은 언제 그랬냐는듯 멀쩡하다. 다만 왼쪽 종아리가 미친듯이 땡긴다. 발바닥이 아파 제대로 발목을 쓰지 못하고 절뚝거리며 돌아다니다보니, 종아리에 무리가 간 모양이다. 한 군데가 모자라 제대로 쓰지 못하면 다른 데에도 충격과 데미지가 가는 거다. 몸이 이럴진대 정신은 오죽하랴.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