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人2014. 11. 28. 17:47

어쩌다 보니 맡게 된 일이 있다. 내가 온몸으로 원했던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때 평가지표 만들고 돌리는 걸로 밥벌어먹고 살았던지라 기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서 맡았는데, 막상 맡아보내 옛날 생각도 나고 재밌더라. 하루 자료검토 하고 하루 몰아쳐서 이틀동안 제안서 한 편을 찍어냈더니 머리는 뿌듯한데 몸은 피곤해 죽을 지경이다. 


그러면서 놀란 게 있다. 도대체 진도가 안 나가는 내 개인 프로젝트 논문. 왜 이리 한 문장 쓰기가 어려울까. 업계 책 따라 주마간산식으로 훑어본 게 이제 5-6년이 넘어가는데 평가체계 제안서는 왜 하루에 삼십장씩 찍어내면서 논문은 왜 안 써지는 걸가. 레퍼런스를 안 읽은 것도 아니고 거기 내용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정말 한 문단, 한 문장, 한 단어 쓰기가 어렵다. 왜 그럴까 생각하며 오늘 새벽 잠깐 눈 붙일 때부터 회의 전까지 고민하다 갑자기 생각난 답이 있다. 그렇게 얻은 지식으로 사람들과 부대끼고 예산 만져가면서 "일"을 해보지 않았다. 그것 말고 차이가 없다. 머리로 아는 지식과 몸이 알고 있는 지식의 간극이 그런 건가보다. 결국 이 단계를 넘어서야한다.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