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piring pianist2008. 12. 29. 23:37
한창 소나티네 진도 안 나갈때 특정소절 무한반복하면서 대강 손에 익혀 놨는데 역시나, 소나티네 두 곡을 연달아 치면서 손의 감을 다 잊어버렸었다. 그러니 한 열흘만에 떨어진 선생님의 '쳐보세요'소리에 버벅댈 수밖에. 몸이 기억하고 있는 속도와 손놀림이 엇박자가 나니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금요일 완전히 버벅댔는데, 그나마도 은행일 보고 공장 일 치다가 금요일 연습시간은 날려먹었다. 주말에는 '그들이 사는 세상' 16회를 몰아본 악영향에 죽다 살아났고... 간신히 오늘 아침 일어나 30분쯤 치고, 오늘 점심때 레슨 전 30분 연습이 전부였다. 

처음 치고 났을때 선생님 말씀이 이랬다. "똑같은 음 손가락 바꿔가는게 좀 짜증나죠?"
"네."라고 대답할 정도로 매너놈이 막장 제자는 아니다. 아래는 지적사항. 

1. 2번째 마디 왼손의 세번째 1도 화음 짚을 때 악센트를 확실히 짚어라. 어차피 스타카토 연속이니 이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완전히 건반에서 손을 떼고 손목을 들었다가 정확한 위치에서 떨여뜨려 주는 게 낫다. 정확한 위치에 떨어지는게 쉽지는 않겠지만, 반복하여 정확한 위치를 몸에 익힌다. 

2. 배웠는데도 자꾸 까먹는 사항. 26 ~ 27마디의 화음을 레가토로 이어치는 법. 레-파, 시-레 화음을 레가토로 짚을 때는, 파를 누르고 있는 1번은 그대로, 레를 누르고 있는 2번을 살짝 들고 1번을 뗌과 동시에 4번으로 시를 짚으며 동시에 2번으로 레를 짚는다. 분명히 소나티네에서 배운 테크닉인데 긴가만가 하면서도 까먹었다. 되는데로 손가락 번호와 화살표를 써서 안 잊어먹게 메모를 쳤다. 

3. 전반적으로 템포를 더 낮춰서 정확하게 한 음 한 음을 짚는 것을 연습해라. 



어디 고칠 게 그것밖에 없었겠나. 죽어라 연습했던 횟수만큼 그어놓은 正자가 안쓰러워서 말씀을 안하셨을 뿐이지. 

하나. 16 ~ 19마디의 오른손/왼손도 엄청나게 헤맸다. 손가락 번호가 대강은 붙었긴 한데 조금만 속도를 낼라 치면 자꾸 꼬인다. 별 수 없이 될 때까지 연습하는 수밖에. 

둘. 23마디. 별다른 표시가 없는 걸로 미루어 보아 오른손이 4-2-1, 5-2-1, 5-2-1, 4-2-1로 짚는 게 맞지 싶은데 도 - 시로 한번에 떨어질 때 5-2로 짚는게 쉽지 않다. 아르페지오 없이 2-5로 도-시를 간신히 짚을 수 있는 걸 보니 스타카토 처리도 조금 연습하면 되지 싶어 저녁에 무한반복하니 손에 좀 익는다. 

셋. 비단 2마디 뿐만 아니라 왼손 스타카토에서 악센트로 넘어갈 때 손목을 완전히 들었다가 내려 찍을 것. 

아직 갈 길은 멀다. 



요즘 날이 춥다. 추위는 별로 타지 않아 공장에서 나눠준 점퍼나 별다른 외투를 걸치지는 않아도 장갑은 꼭 끼고 다닌다. 손이 차가우면 풀릴때까지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탓이다. 그런 장갑을 벗고 피아노 앞에 앉아 처음으로 치는 곡은, 바흐의 평균율 첫번째 C장조 전주곡이다. 외르크 되무스의 말을 빌리자면 '더없이 간결하고도 풍부한'이 곡을 더듬더듬 짚어가며 나오는 울림에, 매너놈은 더없이 행복해진다. 

선생님께서 핸드크림을 하사하셨다. ^_^o-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