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piring pianist2009. 1. 3. 20:30
지난 몸살 이후 후유증이 허리에 쏠려 있다.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있다 일어나는게 힘들다. 자연스럽게 연습과 멀어진 만큼, 손놀림이 어눌해졌다. 어쨌든 새해 첫 레슨이다. 여적 건반이 무거운 피아노 앞에 앉아 바흐의 평균율 C장조 첫 전주곡을 연주했다. 32마디의 오른손 아르페지오에서 한 번의 미스터치가 난 걸 빼면 만족스러웠다. 퍼펙트였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게 내 현주소다. 

점심시간이 일찍 시작한만큼 사무실을 빨리 나섰다가 출근하시는 선생님과 마주쳤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의례적인 인사를 건네고 잠깐 말을 섞었다. 성남이 집이라는 선생님은 매너놈이 점심을 대강 때우느라 힘들겠다는 걱정을 하시길래 쑥쓰럽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지난번 지적사항을 가장 철처히 지키려 노력한 게 천천히 치라는 말이었다. 흥분에 빠지지 않도록 최대한 자제했다. 곡을 느리게 치면 손가락 번호 지켜서 치는 걸 더욱 신경쓸수밖에 없다. 라르고에 가까운 템포로 연주하고 나니 이제야 16 ~ 19마디의 난코스에서 오른손이 덜 헤멘다. 그렇게 사십분정도 더 연습을 하고 레슨을 받았다. 아래는 선생님 멘트. 

1. 26 - 27마디의 왼손 레가토를 정확히 지켰다. 잘했다. 

2. 30 - 31마디 쉬운 구절이라고 함부로 속도 올리지 마라. 

3. 5-7 마디와 36 - 38마디, 특히 왼손은 거의 동일하다. 그런데 5-7마디는 끊어쳤고 36-38은 또 악보대로 레가토를 지켰다. 악보를 더 꼼꼼히 보고 지시사항에 따라야 한다. 

13번을 쳐 보라고 하셨다. 그러나 연습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여서 엉망진창이었다. 웃으면서 다음시간에 보자고 하신다. 30번의 고비가 13번이라는 말에 매너놈이 겁먹은 것도 일부 있다. 연습부족으로 인해 수업시간마저 줄어들었으니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었다. 주말에 조금 더 집중해서 연습할 필요가 있다. 

사무실의 A양이 이번달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다. 체르니 40까지 치고 한 십오년 쉬었다는 A양은, 브르크뮐러를 연습했다. 그녀의 소곡집 악보에서, "예수, 인류 소망의 기쁨"을 복사해서 연습했다. 무난하지만 엄지로 D를 짚으며 한 옥타브 아래의 B를 동시에 짚어야 하는 난코스가 있다. 주제가 바뀌는 부분의 처리가 미숙하기도 하고. 여튼간에 연주해볼만한 곡이 생겼다. 즐겁다.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