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piring pianist2009. 1. 27. 23:33
어설프게 체르니 30번의 녹음을 들은 게 화근이었다. 느린 템포에서는 그닥 큰 어려움 들이지 않고 쳐낼 수 있는 연습곡이었다. 오른손의 진행도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었고. 문제는 전문 피아니스트가 녹음된 체르니 30 - 14번, 템포가 달라지니 전혀 다른 소리가 나는 데 있었다. 세상에. 이거 내가 쳐온 곡 맞아? 

왼손 진행이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닌지라 오른손만 좀 빠르게 하면 되겠거니 하고 속도를 좀 높였는데, 이게 그리 자연스레 될 리가 없다. 결국 레슨 받기 전까지, 빠르기도 감당 못하는 주제에 건반까지 대충 짚는 최악의 사태에 닿고 말았다. 선생님의 지적이 이를 반증한다. 

"보통은 전보다 나아지는게 정상인데말이죠."

ㅜㅜ

선생님이 오늘은 작심한듯 서늘하게 웃으시며 지적사항을 말씀하신다. 재밌어 죽겠다는 듯 웃음을 많이 섞으시긴 했지만, 학생에게 그 웃음은 따뜻함이 아니라 목에 겨눈 싸늘한 칼날이다. 

"(악보 6째마디 위에 에 별표 치다 말고 연필을 건네며)자. 쓰세요 붓점. 여기 스케일 잘 안되는 부분 붓점으로 부분연습 계속 하셔야 되요. 지금 4번 치는데서 자꾸 음이 뭉개지거든요. 그건 붓점으로 또박또박 짚는 연습을 좀 안하셔서 그러니까 붓점 연습 많이 하세요. 백번!(웃음)그래. 다음시간까지 백번 쳐오세요!"

어금니 꽉 깨물었다. 이준익 감독의 황산벌에서 박중훈을 빌려 친 계백의 대사가 생각날 지경이었다. - 그래. 내 팔꿈치를 핥아주지. 농담 안하고 붓점으로 백 번 쳐 본 다음에 그래도 안되면 안되는거다. 

진짜 붓점으로 100번을 쳤다. 

...

그렇게 해도, 또박또박 짚혀지긴 하지만 MP3로 들은 전문 피아니스트의 테크닉에는 미치지 못하더라. 
얻은 게 있다. 어지간히 연습해도 오른팔이, 손목이 아프지 않다. 단련이 된 모양이다. 
하여튼 다음의 레슨 시간, 별다른 지적사항 없이 넘어갔다. 선생님도 흡족해하시고. 
더 붙은 매너놈의 사족

 - 근데 100번 쳐도 안되는건 안되더군요
 - (웃음)그걸로 밥먹고 사는 사람들이잖아요. 지금 신경쓰시면 안되요. 아예 안 듣는게 속 편하실걸요?

죽어라 쳐야지 뭐. 별다른 방책 있나. 
다른 연습곡들도 레슨 받기 전 100번치기를 목표로 한다.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