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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7 자기제어
打字錄2008. 10. 17. 18:43
이번주 화요일 저녁이었다.어이없는 공장일로 인해 적잖게 속이 뒤틀린 상태였다. 그상황에서 작업반장하고 같이 밥 먹는게 무슨 맛이 있겠나. 어디 끌려가는 뭐 심정으로 공장 앞 횡단보도를 걸어가는데, C선배와 J선배를 만났다. 그나마 사람같은 사람들 축에 드는 사람들이다. 일부러 오버해서 싱긋 웃으며 같이 횡단보도 건너며 시덥잖은 농담을 건냈다. 그러고 여기서 문제 발생. 적잖은 흥분으로 인해 속이 적잖게 뒤틀린 상태여서였을까. 괜히 오버한다고 지하철 타러 가는 두 선배가 걸어가는쪽을 바라보는 한편에, 매너놈은 횡단보도 쪽으로 걸어가며, 그쪽으로 머리 숙여 안녕히 가세요 하고 꾸벅고개를 숙였다. 그순간 쾅.

눈앞에 잠시 번쩍하고 무조건반사적으로 머리를 손으로 감싸쥐었다. 끈적한 액체가 손가락 사이로 흐른다. 찝찝한 핏물 사이로 상처를 만저보니 손가락 한 치만큼이 벌어졌다. 그 틈사이로 피는 흐르고 이마에 닿고 콧날에 떨어진다. 내 옆에 있던 공장 5층의 선배 둘이 오더니 손수건으로 머리를 틀어막으라 하며 약국으로 같이 걸어갔다.

대강 소독 치고 피가 멎었길래 다시 작업반장과 사수를 만나기로 한 횟집 앞을 서성였다. 잠시 후 사수가 도착했다. 잠시 작업반장 뒷담화를 나누던 사수는 그제야 매너놈이 감싸쥐고 있는 머리 꼭대기에 눈이 갔나보다. 너 왜그래? 인사하다 신호등 컨트롤 박스 모서리에 부딪쳤는데 피가 좀 남다. 괜찮겠죠 뭐. 야. 그거 꼬매야 되는거 아니냐? 암씨랑 않슴다. 뭐 소주 한 잔 부으면 소독 되겠고. 지랄 말고 이 병원 있네. 괜찮다니까요. 야. 잔소리 말고 가자. 결국 이럴 때는 져야 하나보다. 이층을 올라가니, 검정색 옷을 입고 있는 의사가 상처 좀 보잔다. 찢어졌네요. 끄매셔야겠네. 저기 길건너 무슨무슨 병원 응급실 가서 끄매세요. 소독약을 끼얹어 준, 대여섯 살 많아보이는 의사 누님은, 카운터 앞에서 서성이는 매너놈과 간호사에게 한 마디를 던진다. 그냥 가시라고 해.

호들갑떠는 사수와 작업반장을 뒤로 하고 근처 중형 병원으로 갔다. 잠시 기다리다 당직 의사를 만났다. 어쩌다 이러셨어요? 회사 선배가 뵈길래 인사를 했는데, 신호기 콘트롤 박스에 머리를 부딪쳐서. 근처 의원에 가 보니 꼬매야한다고 하더라고요. 가만있자. 두 바늘 정도 꼬매면 되겠네요. 엑스레이 찍으란 말은 안하던가요? 네. 이정도면뭐. 별 거 아니니까... 저기 누워보세요. 요즘에는 간단한 건 바느질 안 하고 호지키스 같은 걸 써요. 이건 뭐 마취 해도 아픈 거 똑같으니까 그대로 할께요. 조금 따끔합니다. 아마도 스테이플러를 머리거죽 위에 찍으면 그 느낌일 것이다. 이십 장의 A4지를 겹쳐서 스테이플러를 찍을 때 나는 우득 하는 소리와 아릿한 통증이 심드렁하게 전해졌다. 그렇게 두 번. 됐습니다. 가시고 이틀마다 오셔서 소독 받으세요. 그리고 당분간 머리 감지 마세요. 상처 물 들어가면 안됩니다.

아무리 열 채이는 일이 있어도, 그 때를 벗어나면 풀어버려야 한다. 매너놈이 그렇게 성급하게 발길을 옮겼던 건, 아마도 그렇게 뻗친 열을 매너놈이 콘트롤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일게다.

그런 교훈과는 별개로, 머리에 스테이플러 날이 두 개 박혀있는게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고 웃겨, 공장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녔다. C선배한테 인사하다가 머리 박아 대가리 빵꾸났어요. 그래서 머리 감지 말라는군요. 당분간 제 주위 가까히 오지 마세요. 덕분에 공장 안에서 슬램스틱 코미디꾼으로 매너놈은 거듭났다.

덧붙여_한 손으로 머리의 상처를 누르며 공장 근처 병원 응급실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안경알까지 묻은 핏자욱이 가로등 아래를 지나다 눈에 들어왔다. 피 질질 흘리고도 실실 쪼개며 십자기 간판을 찾아가는 꼬락서리가 우스워, 오늘 점심을 뜯고 오후동안 잠시 작업반장 뒷담화를 함께 나눈 ㅂ에게 전화를 했다. 늦게 죄송합니다. 제 꼴이 우스워서요. 무슨 일 있어요? 저 지금 머리에 피 칠칠... 칠칠 흘리면서 응급실 가서 꼬맬려고 걸어가고 있어요. 어머. 무슨 일이에요. C선배한테 인사하다가 신호기 컨트롤 박스 모서리에 머리 들이받았는데, 두바늘정도 꼬매야 한다네요. 푸하. 오늘 팀장님이랑 회식있다 하지 않았어요? 이판국에 술 못먹지 뭐. 설마 술먹기 싫어서 일부러 들이받은거 아네요? 이것보세요. 제가 매저끼가 좀 있지만 그정도는 아니거든요. 정도껏이지. 어쨌든 조심하세요. 네. 저녁시간 잘 보내시고요.

덧붙여_둘_머리 감은지 딱 일주일째다.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