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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8 베토벤 바이러스(1회~6회) - 즐거움과 문제점 4
打字錄2008. 9. 28. 20:19

즐거움_명민좌의 집중력 강한 연기, 그것도 지독한 나르시즘에 빠져 허우적대는 대 센 인물을 연기하는데 안 볼 수가 있나. 매너놈 기억에 6회동안 썩소 아닌 웃음이라고는 한 번도 보여준 적 없지 싶다. 이 재수없는 캐릭터를 바늘 하나 꽃을 틈 없이 100%살리고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리고 매너놈도 동감하는, "싸가지없고 재수없고 사회성없지만 능력 하나만큼은 기깔나서 어떻게 손 댈 수 없는"사람의 전형을 기가 막히게 보여주는 건, 작가가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상황과 대사를 쳐 주는게 절반, 그리고 이를 100%이상 소화하는 김명민의 열연 덕분이다.

문제점_김명민에게 이 드라마, 아주 심각하게 기대고 있다. 김명민이 '강마에'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연기함은 물론, 드라마 갈등의 축이 심하게 그와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이양반이 나올 때와 안 나올때, 좀 더 심하게 말해 드라마 전개상 펼쳐지는 에피소드가 강마에와 연관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긴장의 밀도가 판이하게 다르다. 강마에가 등장하기 전 1회의 엉성함, 그리고 지난 5회 동안의 면면을 보면, 이 드라마가 계속 긴장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쉬운 방법 중 하나가, 거의 모든 에피소드를 '강마에'와 엮는 건지도 모른다. 그만큼 한 캐릭터가 다른 인물들에게 주는 영향과 파급효과가 압도적이란 말이다.

_이 드라마 최대의 문제점은 이지아다(매너놈은 '두루미'라고 하지 않고 '이지아'라고 찍어서 말하고 있다). 드라마 시작 전 캐릭터 분석을 보면 선머슴같은 괄괄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긴머리를 유지하는 건 이를 이용하는 영악함 때문이라느니, 4개월동안 바이올린 연습을 해서 소품정도는 연주할 수 있다느니, 너무 힘들다느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서, 지금 이지아의 두루미는 조금의 과장과 심한 비난을 섞어, 강마에 식으로 말하자면 '똥. 덩. 어. 리."다. 4개월동안 뭘 연습했길래 바이올린 잡는 모양이 그러냐는 비난은 '전문성' 문제로 재껴둔다고 하더라도, 시종일관 보여주는 과장된 선머슴 연기, 극단적인 몸짓으로 밖에 보여줄 수 없는 감정 기복(1부에서 사기당해 사람들 앞에서 무릎꿇고 베토벤 로망스 운운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결정적으로 매너놈이 이지아를 안 좋게 보는 건 바이올린을 견착(?)하는 자세다. 매너놈이 잘못 봤는지도 모르지만, 저래가지고 바이올린이 붙어있는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어깨에 대충 올려놓는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바이올린을 단단히 고정시키자면 어쩔 수 없이 목을 기울여 얼굴에 바이올린을 밀착해야하고, 그러자면 꽤 아름다운 모양새가 나오진 않는다. 그러나, 이지아의 바이올린 연주 모습은 상상 이상으로 예. 쁘. 다. 음악에 일생을 걸려고 하는 아낙으로, 매너놈이 공감하기 힘들다. 문제는 그녀가 주변 캐릭터가 아니라,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이라는 데 있다. 비교하기 머쓱하지만 '정희연'을 열연하는 송옥숙씨의 첼로 연주 장면을 보고, 그녀도 무언가를 느끼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다. 이지아 뒷담화가 너무 길어져 간단히 젚고 넘어가는 수 밖에 없지만, 악기를 든 장근석 역시 이 드라마의 불안요소다.

_아직까지 땀냄새가 그닥 나지 않는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예프게니 키신이나 사라 장같은 '난 년놈들'이 아닌 '평범하지만 성실한 사람들'이라면 그들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비결은 단 한가지 뿐이다. "연습" 콘트라베이스스트 혁권씨가 매일 손에서 악기를 안 놓았다 하나, 그런 장면 나온 적 있나? 하다못해 집구석에서 단원들이 얼마나 연습에 매진하는지 보여준 장면 있나? 매너놈 기억에는 없다. 원래 천재라 설정된 장근석 빼고 나머지 캐릭들이 설득력을 지니려면, 그들이 그들도 알지 못할 재능이 있던가, 아니면 피 터지게 연습하여 이룬다는 설정이 필요하다 매너놈은 본다. 하지만, 그 필수요소인 '땀냄새'가 안 나는 만큼, 감흥도 그닥 없다.

_왜 여기까지 '음악'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는지 궁금해할 수도 있다. 이 드라마의 최대 문제점이, 매너놈이 보는 것 처럼 '이지아'가 아니라 음악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여건 상, 매너놈은 '베토벤 바이러스'의 카테고리를 '음악 드라마'가 아닌 '휴먼 드라마'로 '봐 주고'있기 때문에 애당초 그건 선택지에서 제외한 탓이지, 지금 이 드라마의 음악이 제대로 가고 있음에 동의하는 건 결코 아니다. 솔직히 싫은소리 하자면 저기 위에 쓴 이지아 이야기의 열 배 정도는 풀 수 있으나, 제작진부터가 "휴먼 드라마"표방하니 대상에서 지우는거다. 그러나 음악을 '도구'로 사용하려면 조금 더 공부하고 써 주면 어떨까. 5회의 윌리엄 텔 서곡 종결부 코다의 스포르잔도, 맨날 지적당했다고 단원들이 다같이 속으로 읆조리며 조심하는 부분, 매너놈은 황당했던게 이제껏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부분 가장 중요할때 보여주면 공감도가 극히 낮아지는거 정말 모르는건가. 매너놈이 만약 드라마를 짰다면 연습 보여주는 시간에 잠깐만이라도, 그냥 늬덜 지지리 소리 안나와, 못해. 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야 이 잡것들아, 여기 소리 다 죽이고 XX박자 쉰 다음에 스포르잔도 치고 들어가라 그랬잖아!!"깔아줬으면 5회의 공연 장면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_이렇게 싫은소리 늘어놓고도 아직까지 닥본사 하고 있으며, 공장에서 만나는, 정 가는 사람들마다 만나서 묻곤 한다. "베토벤 바이러스 봐요?" 그런 점에서, 욕하면서도 본다는, 매너놈은 딱 남조선 드라마 수준에 맞는 시청자다. =)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