打字錄2013. 12. 9. 00:28

내가 생각하는 학자의 자질과 능력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 "왜?"를 어느 수준까지 밀고 올라갈 것인가? 어디서 "왜?"를 멈출 것인가? 


연구실의 석사 3학기 ㅇ과 1학기 ㅎ는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이유로 같은 조가 되어 발표를 한다. 꽤나 샤프하고 집요한데다 만만찮은 직장경력까지 있는 ㅇ는 한 번 시작하면 답이 나올 때 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있다. 반면 ㅎ는 삼십대 초반까지 고시생활을 하다 안 되어 공부로 방향전환을 한 녀석이다. 지독하게 공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빈말로라도 "대충 공부했다"는 소리를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처음 만난 술자리에서 낄낄대며 했던 녀석이다. 당연히 둘의 싱크로가 좋을 리가 없다. 모르면 모른갑다 배 째는 ㅎ와, 답이 안나오면 밤을 새서 답을 만들어내는 ㅇ가 죽이 제대로 맞을리가 없잖나. 옆에서 보기에도 아슬아슬했다. 정작 더 문제는, ㅎ는 그것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 


ㅅ은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다. 미친듯이 달려야 할 때 달리지 않았다는 것. 


이 죄는 나도 마찬가지다.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