打字錄2014. 1. 23. 14:29

가끔 생각한다. 내가 계속 회사를 다녔다면, 내가 계속 패러사이트 싱글로 살았다면, 그래서 한 몇년 놀고 먹으면서, 읽고 쓰는데만 집중하는 생활을 했다면, 젠장. 몇 가지 가정을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여기까지 와 버리네. 좌우간, 세상 다 신경끄고 나 혼자 살았다면 아무 걱정도 안 했겠지만 어쩌다보니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로 아쉬운 소리를 듣게 될 때가 있다. 오늘 아침 그게 폭발했다. 머릿속으로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물음과 예상했던 대답이 모두 맞아떨어지자, 정신줄 놓고 전화기에 대고 짜증과 분노를 쏟아부어버렸다. 더 이상 귀찮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일이 손에 안 잡혀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괴로운 일이 도처에서 벌어질 때, 가장 필요한 건 무신경함과 둔함이다. 그게 안 된다. 되도록 훈련을 하는 것 밖에는, 별다른 수가 없지 않나.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