打字錄2014. 8. 11. 00:26

조교 임용때문에 갑자기 받은 채용신체검사때 잰 몸무게에 적잖은 충격을 받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이래봤자 귀가 후 짬을 내어 30분 달리기 하는 것 - 열흘 동안 세 번 걸렀으면 잘 한건가? -, 그리고, 주말에 조금 시간이 나면 장거리를 자전거로 왕복하는 것. 삼일에 한 번 버피 테스트. 이게 전부다. 


오늘 잡은 30km 자전거 코스는 의정부 경기북부도청. 인근에 괜찮은 빵집이 있어 목표로 잡았다. 아내에게 "너를 위해" 다녀오겠다 너스레를 떨고 나왔는데 이런, 맞바람 거스르며 페달 밟는 게 만만치가 않다. 거짓말 좀 보태서 울돌목 역류 거스르는 격군의 몸과 마음이었다. 도착해서 기록을 보니, 고작 15km달리는 데 50분을 훌쩍 넘겼다. 맞바람이 아무리 강하기로서니 이렇게까지 못 달릴 줄이야. 


좌우간 도착해서 식빵과 몇 가지 빵을 비닐백에 담아, 백팩에 넣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이번엔 바람을 업고 달렸다. 가끔 내가 무서울 정도로 속도가 났다. 날만 좋았다면 더할나위 없었겠지만 젠장, 의정부 시계를 벗어날 때 즈음부터 날씨가 심상찮더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쏟아진다. 백팩의 생황방수 능력은 비닐백으로 싼 빵이 버틸 정도라 별로 걱정되진 않았다. 문제는 타이어 폭이 좁은 하이브리드 자전거인지라 바닥이 미끄러울 경우, 핸들 조작 미숙 또는 지면이 거지같을 경우 한 방에 가기 딱 좋다는 점이었다. 그 점 때문에, 마음대로 페달을 밟지 못했다. 내가 펼칠 수 있는 운동 능력의 70%정도만 동력전달에 쓰고, 나머지는 조향과 전방주시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그 덕에 무사히 오긴 했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물에 빠진 돼지 꼴이 되어 기록을 확인해 보니, 갈 때 보다 10분이 단축되었더라. 조금 아까웠다. 좀 더 밟았다면 더 줄일 수도 있었을텐데. 


다행히 백팩의 빵은 물 한 방울도 묻지 않았다. 아내가 빵을 좋아했다. 물론, 비에 홀딱 젖은 내 몰골을 보며 기함했던 건 당연한거고.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