打字錄2014. 10. 11. 15:25

최근 지지부진해진SPSS 책 작업. 보스가 연구실의 노인정 3인방을 모아놓고 선언했다. 지금 이 상태에서 authorship을 줄 수 있는 건 매너놈뿐이다. 당연한 말을 들으면서 조금은 안도하는, 이 마음은 무엇인가. 지난주 토요일에 한시간 넘게 보스와 t-test의 해석을 놓고 진빠지게 한 시간 치고받은 기억 때문인건가. 하여튼 보스가 데드라인으로 잡은 10월은 얼마 남지 않았고 원고는 지지부진하다. 보스가 초고를 주면 최대한 빠르게 처리할 뿐이다. 


죽인 프로젝트 살리기 진짜 힘들다. 논문의 '문장'이 잘 안 나온다. 이럴때는 의무적으로 강제집중을 할당해서 운영할 수 밖에 없다.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이 단어로, 문장으로, 문단으로 구체화되기 전에는 글자 그대로 뻘생각일 뿐이다. 타인과 커뮤티케이션이 가능한 형태로 구성되기 전에는 나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망상에 다름 아니다. 


금전적으로 넉넉해진만큼, 절박함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지 모르겠다. 두 번째 월급날을 앞두고, 무서운 생각이 든다. 논문을 쓰는대로 인센티브가 나오는 BK장학생은 아니다. 그렇다고 논문 안 쓸건가. 그게 내 커리어고 밥줄인데. 무조건 꾸역꾸역 쓰는 수 밖에 없다. 좀 다른 생각으로, 인센티브가 없다면 내가 만들어야 한다. 이를테면, 내가 별로 쓰고싶지 않은 상황에서 써야만 하는 논문은 이게 마지막이다 이런 거라도. 


연구실 후배들은 멀리 하는 반면에, 같이 일하게 된 후배와는 가까워지고 내가 쓰는 거의 모든 테크닉을 전수하고 있다. 이거 대체 뭔가. 보스에게도 푸념하듯 말했다. "그러게말이다." 보스도 씁쓸히 웃었다.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