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생각하는 거 결국엔 다 거기서 거기라니까. 한동안 R 코드 짜는 일을 멀리했더니 감이 떨어졌나. H선배가 자료 병합 방법을 물어봐서 간단한 merger코드 짜 준 것 까지는 좋았는데, merge의 기준이 되는 공통된 열이 2개 이상일 때 처리 방법을 물어보길래 고민을 좀 했다. 직관적으로 쓰는 방법은 일단 id기준으로 합쳐 놓고 변수 이름이 유사한 애들끼리 묶어서, 빈 값에 채워넣는 걸 짜면 간단하겠거니 했다. 오늘 밥 먹고 이 무식한 짓을 누가 해놨겠거니 하고 잠시 컴퓨터를 켜서 간단한 코드를 짜 봤다. 그냥 무심결에, 병합 기준을 입력 안하고 그냥 두 개 합치라고 했더니 얼레? 알아서 잘 합쳐주네?? 이제야 ?merge쳐서 나오는 코드 도움말을 잘 살펴 보았더니, 이런 경우 그냥 병합 기준을 알려주는 by에 해당 변수를 c("A", "B", ...)를 사용해 여러 개 써 주면 끝나는 간단한 문제였다. 그럼 그렇지. 사람들 귀찮아하는거, 생각하는거, 다 거기서 거기고, 그러다보면 누군가 그걸 이미 해결해 놓았다니까. 그런 점에서, 잔머리 좀 잘 쓴다 싶은 초심자들이 빠지는 공통적인 함정은 자신이 무언가 생각한 게 대단히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자뻑에 빠지는 것. 이건 물 건너에서 공부하고 있는 J가 대표적인데, 그자식 석사논문 쓸 때 "선행연구가 없다" 어쩌구 하길래 확 박살을 내 놓을까 하다 참았다. 없긴 왜 없어. 지가 못 찾는 거지. 무슨 자기 생각 한 자도 안 다르게 몽땅싸그리 다 누군가 재현해 놓은 것만 선행연구인가. 자기가 세팅한 연구문제와 1%의 교집합만 있어도, 거기서 가져다 쓸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만큼 먼저 공부해 놓은 사람들의 덕을 보는 거지. 어디 지가 잘나서 그런 줄 아나. 무지막지한 outliner가 아닌 이상, 사람들 생각하는거 다 거기서 거기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 만큼 넓게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 뉴턴이 말한 '거인의 어깨 위의 난장이'가 그런 거고.
學人2014. 7. 29. 13:38
學人2014. 7. 28. 13:44
打字錄2014. 7. 28. 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