打字錄2008. 9. 13. 19:01

당초 7월에 열 채인 김에 - 이때 한창 이야기하던 공장 4층의 P에게 자랑질 늘어놓기도 했던 - 예매했던 피테르 비스펠베이의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공연으로 하반기 공연 예매 시마이치려 했으나... 오늘 오후 조용히 공연정보 보내다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공연이 두 개나 있어 결국엔 결재치고 말았다.

⊙ 공연장르 : 클래식 현악 4중주
⊙ 공연일시 : 2008. 9. 19(금) 오후 8시
⊙ 공연단체 : 만델링 콰르텟(Mandelring Quartett)
⊙ 출 연 진 : Sbastian Schmidt (바이올린), Nanette Schmidt(바이올린)
Roland Glassl(비올라), Bernhard Schmidt(첼로)
협 연 자 : 손은정(피아노), TIMF 앙상블
⊙ 프로그램 : 하이든 - 현악4중주 G장조 Op.77 No.1
슈만 - 피아노 5중주 Eb 장조 Op. 44 (협연 손은정)
멘델스존 - 현악 8중주 Eb 장조 Op. 20 ((협연 TIMF 앙상블)

올해 5월 서울 스프링 실내악축제 때 생전 처음 들어본 프라작 사중주단의 '죽음과 소녀' 듣다가 극도의 청승모드에 빠져 눈물 찍 흘렸던 기억이 다시 났다. 그날 이후 생전 이름 한 번 들어보지 못한 실내악 단체라 하더라도 유럽에서 활동하는 4중주단이면 매너놈의 속 뒤흔들어놓기는 충분하겠더라. 무엇보다, 슈만 피아노 5중주와 멘델스존 현악 8중주가 레파토리에 들어있다. 둘 다 매우 훌륭한 실내악 레파토리긴 하지만 실황에서 들을 기회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니까. 무엇보다 멘델스존 현악 8중주가 들어있다는 것 만으로도 별다른 생각 없이 그대로 지른 이유다. 당연히, 만원짜리 B석이다. 홀 크기가 워낙에 작으니 2층 두번째줄이라도 꽤 흡족한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싶다. 만원짜리 공연, 일단 혼자 가기 아까워 두 장을 끊긴 했는데 누굴 데려갈지는 아직 못정했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지라 저음악기사랑을 외치는 예민한 P에게 "생뚱맞은 소리인거 잘 아는데..."라 운을 떼 볼까, 아니면 나만큼 세종 챔버를 좋아하는 눈 똘망똘망한 후배 L, 아니면 힙합과 국악패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sb를 꼬셔볼까. 근데 생각해보니 다음주 금요일이다. 수요일쯤 쇼부 쳐 봐야겠다.



김호정 첼로 독주회

세종체임버홀
2008.09.29(월) ~ 2008.09.29(월)
2008년 9월29일(월) 오후7시30분
S석 20,000원 / A석 10,000원

세종유료회원10%할인
만7세이상

예인 02)586-0945


  •  J.S. Bach    Suite No.3 for Cello Solo

                       Gamba Sonata No.3

                       Goldberg Variation for String Trio


골트베르크 변주곡 현악3중주버전!! 이것만으로도 마음을 흔들었는데 결정타가 그 다음에 터졌다.

바이올린 데니스 김 / 비올라
Hung-Wei Huang

지금 심하게 손 떨리는 사람, 서울시향 꽤 좋아하는 양반일게다. 골트베르크 현악3중주 버전을, 서울시향 악장과 비올라 수석의 연주로 들을 수 있다니. 더 이상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A석 만원이라고 나와 있어 들어가봤는데 왠걸, 전석 2만원이다. 2층 만원짜리 두 장 끊으려던 계획 취소하고 1층 2/3지점 좋은자리로 하나만 끊었다. 작년 초에 발매되어 여러 사람 낚은 CD, 그리고 매너놈이 여러사람에게 전파시킨 CD, 줄리안 라츨린(바이올린)/노부코 이마이(비올라)/미샤 마이스키(첼로)의 동곡 CD만큼이나 매력적인 연주가 되지 싶다.

좀 갸우뚱.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게 2부 레파토리다 보니깐 반복구를 싹 날려버린 55분 내외의 연주가 되지 싶다는 점 정도? 리흐테르의 말, 골트베르크 변주곡은 아주 어렵기 때문에 반복구를 제외시키고 연주하면 곡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반복구 준수가 매너놈은 정답이라고 본다. 그렇긴 하지만 대부분의 반복구 날려먹은 글렌 굴드의 골트베르크 변주곡 녹음이나, 안드라스 쉬프의 두번째 녹음 해설대로 '반복구는 다 하든지 다 빼든지 둘 중 하나가 정답이다'라는 말을 들으면 또 용납할만하다 싶기도 하고. 무튼. 본전 뽑으려는 의도보다는, 좀 더 곡 속에 파묻힐 수 있도록 반복구 지켜 주었으면 하는 소원이 있긴 하다.

어찌 되었든, 공연 속에 파묻혀 살 9월 후반부다. =)
Posted by mannerist
aspiring pianist2008. 9. 9. 08:40

시쳇말로 '그분'이 오셨나. 어쨌든 어제 저녁에 그랬다는 얘기다.

점심시간의 레슨. 일요일에 대강은 쳐 봤지만 여적 오른손 화음 스타카토 처리가 잘 안되는 1악장 중반부, 여기 부분연습만 100번 넘게 반복했지 싶다. 그쯤 되니 악보가 외워지고 손 위치가 대강 잡힌다. 그러고나서 레슨 시작할때 "연습 많이 하셨어요?"묻는 선생님의 웃음에 머리 북북 긁으며 이렇게 말한다. "난해하던데요. 거기" "어디요?" "여기 말이죠." "(엷은 웃음)하여간 애나 어른이나 어려워하는데는 다 똑같다니까요."

신기하게도. 여적 내가 듣기에도 모자란데도 선생님은 고개 끄덕이며 그냥 넘어가신다. 내가 놓친 # 하나를 지적해 주시는 거 말고는. 내가 지적받은곳은 되려 엉뚱하게도, 동일한 음을 손가락 바꿔서 치도록 지시된 부분. 몸은 독학 때의 악습으로 한손가락으로 계속 짚는 게 습관화되어있는데, 악보에 눈을 두게 되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이려고 하고, 그걸 또 습관은 막고, 그러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게 되어 손가락이 엉킨다. 이럴 땐 어떻게 하나? 답은 나와있다. 리흐테르의 말마따나 "악보대로"치면 되는 것이다.

모차르트의 K265의 1번 변주를 연습할 때다. 첫번째 도돌이표 끝나고 동일한 리듬을 한 음씩 내려가며 4번을 반복하게 되어있는 부분,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손가락 번호도 개무시하고 5번>>4번>>3번>>2번 순서대로 첫 음을 짚어나갔다. 근데 여기에 익숙해지니 아주 골아픈 사태가 발생했다. 다섯손가락에 들어가는 힘이 다 다르다 보니까 균일하게 짚어져야 할 연속음이 다 다른 강도와 소리가 나는 거다. 그때서야 악보를 다시 보니, 무조건 4번으로 첫 음을 짚어나가게 되 있더라. 아차. 싶었다. 짚기 편하다고 끝이 아니라 최대한 균일한 소리를 내게 하기 위한 배려였던거다. 그걸 바로잡고 습관 들이는 데 적잖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뭐가 되었든. 닥치고 악보 지시대로 짚어나가는게 가장 빠른 길이다.

그건 그렇고. 퇴근하고 다시 연습실에 틀어박혀 낮에 연습하던 녀석을 짚다가 지루해져 다시 모차르트의 K265를 짚기 시작하는데, 이게 아주 손가락아 쫙쫙 붙는다!! 제대로 필 받아 첫 변주부터 마지막 코다까지 열댓 번을 반복하다보니 금방 연습실 문 닫는 시간이 되길래, 저릿한 왼손 손목의 통증에 묘한 쾌감까지 느끼며 집에 돌아왔다.

동갑내기 아가씨의 부탁으로 들어가게 된 내일 공장 홈페이지 심사 자료를 두어 시간 디비다가 성질이 나서 잠깐 건반 앞에 앉아 볼륨 낮추고 짚어나가는데, '그분'이 아직 안 떠나셨나보다. 어떻게든 왼손이 한번씩 꼬이던 6번, 오른손이 한번쯤은 헤메던 7번에 건반이 쫙쫙 달라붙는다.

다시 돌아올 통증을 기다리며. 신경 끄고 건반 짚어나가야겠다. 이제 모차르트 K265도 거의 완성되었으니, 선생님과 진도 나가는 교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즐겁다.



덧붙여_활달한, 다소 왈가닥스러운 다른 피아노선생님이 오늘 생뚱맞게 연습실 문 열더니 묻는다. "혹시 매너놈씨 교회 다니실 생각 있어요?" "아, 아뇨... 전혀." "다닐 생각도 없으세요?" "네." "음... 제 친구중에 y대 대학원 다니는 친구가 있는데 걔도 음악 진짜 좋아하거든요." 켁. 당췌 매너놈의 피아노 선생님이 무슨 이야기를 한건지. 분명히 지방 서식하는 애인사마 계신다고 이야기했는데. 하긴. 퇴근하고 별다른 일도 없이 무조건 연습실 죽치는게 이상하기도 하겠지.

그리고_꿈이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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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AHA U3. 야마하 업라이트 피아노의 최상위 모델.
뭐. 애인님댁 거실에 있는 그랜드피아노를 쓰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
Posted by mannerist
items2008. 9. 6. 23:07

"매너놈씨는 왜 회사(라고 쓰고 공장. 이라 읽는다) 다녀요?"라 가끔 질문받을 때가 있다. 공장 사람들과 술 마시다, 혹은 말 섞다 간혹 심각해질때 나오는 말이기도 하고, 시덥잖은 소리 지인들과 주고받다 나올 때도 있다. 당연히, 정답은 "입에 풀칠하려고"겠지만 그렇게 하면 어디 대화가 부드럽게 이어지겠나. 이럴 때를 위해 준비한 말은 "CD랑 책 살 돈과 여유 구하려고"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멋들어진 서재는 아니어도 꽤 좋은 오디오 시스템을 생각하는게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CD가 500장 넘은 이후 갯수 세기를 중단한지 꽤 된 매너놈의 오디오 시스템은 Britz의 꽤 스피커스럽게 생긴 스테레오 스피커와 20G짜리 mp3다. 이녀석을 노트북에 이어, 낙소스 뮤직 라이브러리에 접속하면 꽤 들인 돈에 비해 꽤 근사한 음질로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들을 수 있다.

이사오면서 스피커 위치를 책상에서 좀 멀어진 곳에 잡는 바람에, 이녀석의 이용빈도가 꽤 떨어졌다. mp3를 돌리는 거야 별 문제가 없는데, 아쉬운 건 노트북의 aux에 연결해서 들어야 하는 낙소스 뮤직 라이브러리와 간혹가다 보게 되는 동영상이었다. aux연장선을 사야지 사야지 하긴 했는데, 허접한 aux연장선을 쓰니 화이트 노이즈 섞이고 음질 떨어지는게 너무 확연해서 미루고 미루다가, 요즘같은 형국에 음악 제대로 못 들으면 제대로 짜증 치받을거 같아서 aux연장케이블 하나 질렀다. 한 달 용돈으로 정해놓은 금액에서 오버되면 결재일까지 카드 긋지 않는다는 불문율까지 깨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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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광주에서 배송된 AV - aux 5m케이블을 천장으로 둘러쳤다. 스피커의 AV out에서 mp3의 aux를 그대로 연결하는 녀석이라다보니 지난번 aux연장 케이블을 쓸 때보다 화이트노이즈가 적고 음질도 확연히 낫다. 덕분에 오늘 연습시간 말고는 컴퓨터 앞에서, 그리고 이런저런 출력물을 읽으며 계속 음악을 틀어놓을 수 있었다.

스피커 이용시간이 꽤나 늘어나겠구나. 공부할 시간 잡아먹을 정도로. =)



업그레이드_왠지 선 늘어져있는게 보기싫어 오른쪽 천정 귀퉁이에 핀을 하나 더 박고, 안 쓸 때 거기에 적당히 감아서 걸쳐놓는걸로 해결했다. DIY가 별거더냐. 내가 가지고 있는 집구석 공구리 쳐서 쓰기 편하게 만들면 그게 다지.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