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人2014. 9. 16. 20:34

방학때 보스의 책 삽질(보스의 용어를 그대로 옮기자면 labor contribution. 제길, 누군 academic contribution대신 그런 쌩노가다 하고 싶어서 했나. 데드라인은 정해져있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제시간에 맞출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던 게 재수없던거지)을 쳐내면서 상대적으로 뒤로 밀린 프로젝트가 있다. Evidence-Based Policy의 관점에서 한국의 도로정책을 들여다보는 일인데, 보스와 해야 하는 쌩노가다를 제때 몰아치고, 어쩔 수 없이 쳐낼 수 밖에 없던 일 쳐내다보니 우선순위에 계속 밀리다보니, 마지막 파일 수정 날짜가 무려 8월 24일이다. 거의 한달 가깝게 죽어있던 프로젝트를 살리려고 오늘 저녁에 열어보는데 이런 젠장, 거기서 거기인 쪽글과 개념들이 머릿속에 곤죽처럼 뒤죽박죽으로 엉켜버려 도저히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 상태다. 차라리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게 더 낫겠다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라고 쓰는 순간, 이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쌩짜로 다시 시작해서 이어붙여야겠다. 그래도 몇 번씩 읽은 글들 다시 읽는 거니 초고 데드라인을 좀 당기지 뭐. 대신에 글 한 편 읽을때마다 바로 이어붙이고 메모하고. 그렇게 채워나갈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


이런 게 일기 끄적이기의 매력이다. 투덜대려고 쪽글 적어내리다보니 생각이 정리된다. 노가다 좀 더 하는 셈 치자. 매일 하는 일이 쌩노가다에 맨땅에 헤딩인데 뭘 또 유난을 떠나.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8. 31. 10:50

진심 능력이 안되거나 일을 대강 할 거면 원래 한다고 한 사람에게 넘기라고. 자존심만 살아서 지가 하겠다고 했으면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최대한 손 덜 가게 해야지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을 이지경까지 해 놓으면 어쩌라는거야. 썅. 정말 욕나온다. 이걸 대체 언제 다시 고치냔말야. 

Posted by mannerist
學人2014. 8. 30. 23:19

평일 낮 사무실에서는 집중하기가 어렵다. 가장 바쁠 때인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일거리와 전화에 전전긍긍하다보면 금방 하루가 간다. 최대 집중할 수 있는 단위가 15분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코드 짜는 것 정도일까. 그래서다. 보스의 책에서 제공하는 SAS 코드를 R로 바꾸는 작업을 지난주부터 쭉 하고 있는 이유가. 이제 절반쯤 짰고, 논리 뿐만이 아니라 출력까지 똑같이 SAS로 맞추는 욕심을 내다 보니 속도가 생각보다 안 나긴 했다. 당연하지. PROC UNIVARIATE 에 완전히 일대일대응하는 함수가 없으니 일일히 다 짜는 수 밖에 없으니까. 


이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것도 많다. 내가 왜 그렇게 SAS 배우는 게, SAS로 DATA MANAGEMENT하는 게 왜 그리 힘들었는지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정확한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SAS는 태생 자체가 프로그램 언어는 아닌 것 같다. 그러다보니 뭐랄까, C같은 프로그램 언어를 배운 사람들이 기본적인 문법을 배워 이렇게 하면 되겠지 하고 뭘 짜면 왠만한 건 거의 다 안 돌아간다. 기본적인 이중 루프 만드는 거나, 계산 결과를 계속해서 붙여나가는거나, 기본적인 연산 단위인 변수를 만들어서 한번에 돌린달까. 그런 게 있다. 근데 이런 SAS특유의 독특한 문법을 한 번만 배워두면 코드가 꽤나 짧고 깔끔하게 나오는 장점 무시 못하겠다. 똑같은 결과를 만드는 코드를 짜더라도, SAS가 R보다 왠만한 건 더 짧게 나오더라. 


반면 R은 글자 그대로 프로그램 언어. 기본적인 규칙을 알기만 하면 응용해서 내가 PSUEDO CODE만들고 실제 코드를 짜는 데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 다만 프로그램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완성된 코드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SAS보다 R이 낫다고 본다. 


그러나 다른 거 다 떠나서, GRAPHICS는 R의 완벽에 가까운 승리. R GRAPHICS COOKBOOK이라는 좋은 레퍼런스가 있는 탓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ggplot2와 같이, 레이어 개념으로 그림을 그리는 툴이 있다는 것. sas graphics도 있긴 하지만 코드의 직관성과 논리성은 물론, 편리성에서 상대가 안 된다는게 두 가지를 다 써본 내 생각이다. 


군말. 프로그램 "언어" 두 가지를 쓰다 보니, 번역하시는 분들에 대해 경외감을 더 품게 된다. 어떻게하면 이걸 더 직관적으로, 쉽게, 짧게 쓸까. 이건 동일한 고민이기에.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