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打字錄'에 해당되는 글 65건

  1. 2014.06.24
  2. 2014.06.21 마음가짐
  3. 2014.06.19 걸레 빨아 행주 만들기
  4. 2014.06.18 이러니 사람들이 유학을 가는 거지
  5. 2014.01.23 타이밍
  6. 2014.01.21 왜곡
  7. 2014.01.20 글로벌 스텐다드
  8. 2014.01.07 드라마 두 편
  9. 2013.12.09 나의 동료들
  10. 2013.10.04 개천절, 2013년
打字錄2014. 6. 24. 12:11

주말에 별로 좋지 않은 자세로 읽고 쓰다 칼잠을 자서 그런가. 일요일 밤부터 왼쪽 어깨가 고장이 났다. 징조는 왼쪽 팔꿈치였다. 이상하게 근육이 잘 안 펴지더니 잘 때 즈음 해서 왼팔을 제대로 돌릴 수 없었다. 징조가 이상했다. 내일이 최악이겠군. 결국 월요일 새벽부터 통증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한두 시간 쪽잠을 자다 일어났다. 일어난 김에 학교에 일찍 갔다. 책상 앞에 앉아있기 어려울 정도로 어깨가 아팠다. 별 수 없이 휴게실에 가서 왼팔을 좀 편 상태로 누워있다가 일어나니 그럭저럭 살 만했다. 


이번학기 마지막 수업을 듣고 나서 회식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이번엔 두통이 엄습해온다.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에어컨 바람을 얼굴에 맞을 때 마다 어릿속에 징소리가 울려퍼진다. 자고 일어나면 좀 낫겠지. 예정대로 다섯시 반에 일어나긴 했는데 뒷골이 좀 땡겨서 더 잤다. 결국 여덟시 반에 일어나서도 두통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 두통은 학교에 와서 인스턴트 커피를 쏟아 부은 다음에야 멈췄다. 


목요일 까지 읽고 써야 할 일이 산같은데 몸이 고장나니 뭘 할 수가 없다. 건강이 제일. 나처럼 평소에 별다른 질병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약간의 고통에도, 몸 어느 한 구석이 고장난 게 너무 낮설게 느껴지다보니 일상이 뿌리채 뒤흔들린다.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6. 21. 13:51

(전략)


단호하게 말합니다. 대학원에 적을 두고, 평생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 중에서, 누구 더 바쁘고 누구 덜 바쁜 사람 없어요. 다만 마음가짐의 차이가 있을 뿐이에요. "이거 내가 안 하면 누군가 피 본다." 일의 총량과 데드라인이 정해진 이상, "내"가 손 놓으면 그만큼 "누군가"가 더 해야 합니다. 그럼 그 "누군가"는 결국 더 공부할 시간, 더 쉴 시간을 잃게 되요. 안타깝게도 거의 모든 일이 이렇게 굴러갑니다. 지나보면 알아주지않는 개고생을 누군가는 하게 되더군요. 이건 피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특정인에 대한 쏠림은 있을 수 있어도, 일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제시간에 퀄리티 맞춰서 해 주면, 이러한 쏠림을 최소화할 순 있어요. 물론 쉽지 않습니다. 일 분배를 가능한한 공평하게 해야 하고,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정해진 퀄리티를 최대한, 또는 그 이상으로 맞추도록 노력해야 할 거에요. 그렇다면 이런 쏠림을 최소화하면서, 예정대로 일을 끝낼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연구실 동료들에게 쓴 이메일 일부.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6. 19. 18:10

회사 다니던 시절이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그렇게 지칭했다. "걸레 빨아 행주 만들기"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나서 바라보면 황당한 짓거리들을 진심으로, 또는 진짜 중요하다고 자기최면을 걸어마겨 사람들이 일을 하는 것 같았다. 그중에서 결코 잊지 못할 사건이 하나 있다. 대리 초년차의 한 이사회였다. 정말정말 중요한 안건이라면서 조직개편안이 걸린 이사회가 열렸다. 잡소리 겉어치우면 이슈는 두 개였다. 단위부서 두 개의 업무분장을 좀 바꾸고, 부서 명칭을 "팀"을 "처"로 바꾸는 것이 하나였다. 또다른 문제는 진급적체로 인해 직원들 불만이 높으니, 그간 4급에 통용되던 "과장"호칭을 5급에게도 쓰게 해주자는 이야기였다. 이사회는 정말 신기한 장소였다. 정말 진지하게, 4급과 5급을 모두 과장이라고 부르면 무슨 문제가 생기는지를, 늙은이들은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었다. 그 아사리판 뒤에 나온 결론이 "4급을 선임과장이라 부르고 5급을 과장이라 부르자"였다. 


이런 짓을 겪고 나니, "공"자 붙은 데에서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지 대강은 짐작이 간다. 이 연장에서 보면 세월호 사건 이후 단원고 지원 방안으로 외고 만들자는 이야기가 "어떻게"나올 수 있는지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다. 아무 의미없는 일에도 저렇게 심각한 토론이 벌어지는데, 별의 별 황당한 일이 다 벌어지는 아사리판에서, 떡고물 생길 것 같으면 무슨 일이든 안 일어날까.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다. 밑질 거 하나도 없다. 그러니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는가"가 공허하게 들린다. 적어도 그바닥 조금 발 담궈 본 사람에게는.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6. 18. 15:06

distraction


내가 지금 다른 거 할 때가 아니란 걸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도무지 가만 놔 두는 사람이 없다. 공부 하나만 생각해도 머리가 터질 거 같은데 오만가지 역할 기대를 생각하면 진짜 미쳐버릴 거 같다. 제발 학교에 있는 시간 만큼이라도 신경 안 쓰게 모두가 나를 잊어줬으면 좋겠다.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1. 23. 14:29

가끔 생각한다. 내가 계속 회사를 다녔다면, 내가 계속 패러사이트 싱글로 살았다면, 그래서 한 몇년 놀고 먹으면서, 읽고 쓰는데만 집중하는 생활을 했다면, 젠장. 몇 가지 가정을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여기까지 와 버리네. 좌우간, 세상 다 신경끄고 나 혼자 살았다면 아무 걱정도 안 했겠지만 어쩌다보니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로 아쉬운 소리를 듣게 될 때가 있다. 오늘 아침 그게 폭발했다. 머릿속으로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물음과 예상했던 대답이 모두 맞아떨어지자, 정신줄 놓고 전화기에 대고 짜증과 분노를 쏟아부어버렸다. 더 이상 귀찮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일이 손에 안 잡혀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괴로운 일이 도처에서 벌어질 때, 가장 필요한 건 무신경함과 둔함이다. 그게 안 된다. 되도록 훈련을 하는 것 밖에는, 별다른 수가 없지 않나.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1. 21. 12:27

http://news1.kr/articles/1500784


졸지에 공공기관 철폐와 민영화에 환장한 철없는 대학원생이 되어버렸다. 조금 시간을 두고,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 좌우간 우리 보스 만세.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1. 20. 19:28

주택담보대출 걸려 있는 은행이라 빼도박도 못하는 게 짜증날 따름이다. 이런 것 부터 글로벌 스텐다드 하자. 담당자 중징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업계 밥줄을 끊어야 할 일이다. 


이런 일만 터지면 황우석 청부취재 김진두가 생각난다. 여적 YTN에서 월급받고 살겠지.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1. 7. 10:16

셜록 301, 302


한마디로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지난주 금요일 밤, 생각보다 논문이 잘 안 읽혀(학술영어논문OTL) 하루종일 우울했었는데 집에 돌아와 셜록 301 보면서 그 야밤에 허리가 끊어지고 방구석 뒤집힐 때 까지 웃어댔다. 옆지기가 조울증을 의심해서 두 번이나 방문을 열어볼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냉정히 말하자면 K의 의견대로 기대에 못 미친 엉성한 얼개였으나 시즌 1, 2의 여섯 편, 아홉 시간에 걸쳐 구성된 캐릭터의 역사 때문에 조금만 비틀어도 오만 잡상이 다 떠오르고 몇 개의 잡스러운 백그라운드 스토리가 떠올라 안 웃을 수가 없었다. "부녀자"들을 위한 서비스컷만으로도 301은 충분한 에피소드였다. 


반면 302는 에피소드 내 기복이 심하긴 했지만 초중반의 난잡한 스토리가 중반 지나면서 미친듯이 한 점에 집중되며 분산된 이야기 조각을 하나로 누벼내서 폭발시키는 전개가 압권이었다. 중반까지는 그간 구축해 둔 캐릭터 팔이로 먹고 살 것인가 하는 실망과 의구심이 떠올랐다. 그러나 난잡한 스토리 전개가 한 큐에 꿰어지며 절정을 향해 질주하는 구성 능력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만세를 외칠 수 밖에 없었다. 303을 봐야 판단이 들겠지만, 시즌을 통틀어 한 편 자체의 완결성으로는 가장 뛰어난 에피소드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303에 기대를 더 해 본다. 301에서 다소 엉성했던 얼개와 떡밥이 한번에 여기에 끼워맞춰질수도 있겠구나 싶다. 


군말 조금 더. 시즌 1, 2, 3의 구성이 비슷하다. 어느 시즌이나 1편과 3편은 긴밀하게 "주적"과 연계되어있는 데 반해, 2편은 아예 따로 떼어놓아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독립적이다. 302가 독보적이었던 것은 102, 202와 달리 그간 구축해 둔 셜록과 왓슨,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를 폭발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훌륭한 거고. 




정도전


간만에 프라임 타임에 방송되는 정통 사극인지라 본방 사수를 고려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다소 실망스러운 구석이 있어 출퇴근시간 지하철 활용으로 전환했다. 먼저 조재현. 모르겠다. 진지한 배우는 맞는지 몰라도 연기를 잘 하는 배우는 아닌 듯 하다. 언제나 조재현을 보면 느끼는 건 파토스의 과잉이다. 어떤 배역을 맡던간에 눈에 힘 주고 목에 힘 들어간 부리부리한 캐릭터와, 빠른 발성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이것이 최악으로 맞아들어간 게 에쿠스의 다이사트 역이었다. 극 전체에서 알렌에 대비되는 이성과 냉정을 유지해야 할 다이사트가 속사포같은 속도로, 파토스를 완전히 숨기지 못하고 알렌이 억누르는 광기에 대해 안도하면서도 안타까워하는 대사를 치니 그게 맞아들어갈리가 있나. 그 불편한 파토스의 과잉이 정도전에 그대로 드러난다. 


믿고 보는 유동근 이성계와 박영규 이인임, 최영 서인석, 이방원 안재모 이외에 다소 불안한 캐스팅도 몇 개 있다. 그 선두주자는 뭐니뭐니해도 정몽주와 하륜. 모르긴 몰라도 드라마 전체에서 전반부와 후반부의 대립각을 세울 두 캐릭터가 너무 약하다. 교과서적인 이미지와는 판이하게 달리, 우왕을 등에 업고 이성계를 궁지로 몰았던 무시무시한 인파이터 정몽주, 컴플렉스 덩어리면서도 뚝심과 능글능글함, 그리고 배후조종자로서의 야심을 품어 이방원의 편에 서고, 결국 뒤통수를 날려버리는 하륜, 두 사람의 캐릭터가 너무 둥글둥글하고 약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故김흥기 선생의 무시무시한 전범이 이들이에게는 없다는 거 정도일까. 


각설하고... 스토리 면에서 아쉬운 것. 이인임이 너무 평면적인 캐릭터로 그려진 것과 공민왕을 막판에 정신 차렸으나 간계에 암살당한 비운의 군주로 그린 것. 이건 역사적 사실이 너무나도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그대로 그리는 게 훨씬 더 나았을 텐데. 자신의 후궁들과 자제위들 합궁을 시킨 건 말년에 정신이 오락가락했던 공민왕의 뜻이었고, 암살 역시 후궁 중 하나가 임신을 하자 "쥐도새도모르게 자제위 녀석들 죽이고 내아들로 삼아야지" 했던 말이 새어나가자 자제위 애들이 즉흥적으로 암살했던 것이며, 이인임은 이 기회를 잘 활용하여 권력의 배후조종자로 자리잡는다. 이 과정 자체가 드라마틱한데 좀 어설프게 "비운의 개혁군주 좌절"이라는, 먹힐만한 코드로 갔던 건 좀, 사실 많이 아쉽다. 다만 이렇게 원안을 짰다면 정도전이 초반부터 얼굴 디밀 여지가 적어지니 그런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받아들여줄 만 하다, 라고 생각한다. 그저 초반부는 서인석 선생의 라스트 왕당파 최영 장군의 건투, 중반부는 유동근의 이성계 비긴즈, 후반부는 안재모의 다크 이방원 라이즈만 믿고 갈 뿐이다. 조재현은요? 내알바아님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3. 12. 9. 00:28

내가 생각하는 학자의 자질과 능력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 "왜?"를 어느 수준까지 밀고 올라갈 것인가? 어디서 "왜?"를 멈출 것인가? 


연구실의 석사 3학기 ㅇ과 1학기 ㅎ는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이유로 같은 조가 되어 발표를 한다. 꽤나 샤프하고 집요한데다 만만찮은 직장경력까지 있는 ㅇ는 한 번 시작하면 답이 나올 때 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있다. 반면 ㅎ는 삼십대 초반까지 고시생활을 하다 안 되어 공부로 방향전환을 한 녀석이다. 지독하게 공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빈말로라도 "대충 공부했다"는 소리를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처음 만난 술자리에서 낄낄대며 했던 녀석이다. 당연히 둘의 싱크로가 좋을 리가 없다. 모르면 모른갑다 배 째는 ㅎ와, 답이 안나오면 밤을 새서 답을 만들어내는 ㅇ가 죽이 제대로 맞을리가 없잖나. 옆에서 보기에도 아슬아슬했다. 정작 더 문제는, ㅎ는 그것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 


ㅅ은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다. 미친듯이 달려야 할 때 달리지 않았다는 것. 


이 죄는 나도 마찬가지다.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3. 10. 4. 10:37

어제 쥔장이 결혼했다. 식사로 나온 고기는 질겼다. 옆자리의 고기는 핏기가 채 가시지 않았다 .내 테이블의 아무도, 고기를 다 먹지 않았다. 아니나다를까, 해질녘에 K는 전화로 오늘 고기가 어땠나 물었다. 질과 큰 편차에 대해 가능한 한 소상히 말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짧은 축하를 덧붙였다. 


결혼식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옆지기와 조금 걸어 스타벅스에 들렸다. 옆지기는 차이 라떼를 나는 샷 추가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자리에 앉아, 석주명 평전과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마져 다 읽었다. 옆지기는 감기약 기운을 이기지 못해 눈을 붙였다. 


집에 돌아왔다. 먹고, 읽고, 쓰다가 한 시가 넘었다. 평온한 하루였다. 


덧붙여. 잘 살아라 쥔장. 네가 십여년 전 말한 남성의 굴레를 나도, 그리고 너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구나. 


아무 생각 없이, 예전에 자주 되뇌였던 뻘소리를 다시 되뇌였다. 


지랄맞은

세상에서

개고생을

나와함께

Posted by manne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