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打字錄'에 해당되는 글 65건

  1. 2014.08.20 이사
  2. 2014.08.11 운동
  3. 2014.08.01 간만에 전자정부에 빡친 사연
  4. 2014.07.28 재능
  5. 2014.07.25
  6. 2014.07.10 기획실 직원 코스프레
  7. 2014.07.08
  8. 2014.07.07 생일
  9. 2014.06.29 영혼없이 할 수 있는 일.
  10. 2014.06.27 갈 길은 멀고
打字錄2014. 8. 20. 10:26

학교 들어와 맞이하는 세 번째 이사. 첫 이사는 박사과정 학생 공동연구실이었으니 거의 책과 컴퓨터 두고 다니는 독서실이었다. 여름쯤 교수님 연구실에 자리가 나서 들어왔다. 원장님 바뀌고 구관의 센터 정리하면서 신관 5층의 덥고도 추운 - 둔해서 더위도, 추위도 잘 느끼지 않는 내가 이렇게 느낄 정도니 - 방으로 이사해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 거기서 1년 반을 보내다가 이제 과정 조교를 맡으면서 다시 신관 1층으로. 짐은 많이 늘었고 그만큼 내 공간도 커졌다. 수료도 하고 이제 '일', 연구용역과는 전혀 상관없는 'do for living'을 하니 당연한 거겠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건 전화응대스킬. 예전 밥먹고 한 짓이 이건데 어디가겠어. 그나저니 업무메뉴얼도, 아무것도 없는 이 과정업무, 그만큼 날로 먹자면 날로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긴데, 내 성질머리에 얼마나 그럴지는 아직 미지수. 그나저나, 다들 퇴근한 사무실에서 조용히 혼자 음악틀어두고 공부하는 건 기분좋은 일이구만. =)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8. 11. 00:26

조교 임용때문에 갑자기 받은 채용신체검사때 잰 몸무게에 적잖은 충격을 받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이래봤자 귀가 후 짬을 내어 30분 달리기 하는 것 - 열흘 동안 세 번 걸렀으면 잘 한건가? -, 그리고, 주말에 조금 시간이 나면 장거리를 자전거로 왕복하는 것. 삼일에 한 번 버피 테스트. 이게 전부다. 


오늘 잡은 30km 자전거 코스는 의정부 경기북부도청. 인근에 괜찮은 빵집이 있어 목표로 잡았다. 아내에게 "너를 위해" 다녀오겠다 너스레를 떨고 나왔는데 이런, 맞바람 거스르며 페달 밟는 게 만만치가 않다. 거짓말 좀 보태서 울돌목 역류 거스르는 격군의 몸과 마음이었다. 도착해서 기록을 보니, 고작 15km달리는 데 50분을 훌쩍 넘겼다. 맞바람이 아무리 강하기로서니 이렇게까지 못 달릴 줄이야. 


좌우간 도착해서 식빵과 몇 가지 빵을 비닐백에 담아, 백팩에 넣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이번엔 바람을 업고 달렸다. 가끔 내가 무서울 정도로 속도가 났다. 날만 좋았다면 더할나위 없었겠지만 젠장, 의정부 시계를 벗어날 때 즈음부터 날씨가 심상찮더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쏟아진다. 백팩의 생황방수 능력은 비닐백으로 싼 빵이 버틸 정도라 별로 걱정되진 않았다. 문제는 타이어 폭이 좁은 하이브리드 자전거인지라 바닥이 미끄러울 경우, 핸들 조작 미숙 또는 지면이 거지같을 경우 한 방에 가기 딱 좋다는 점이었다. 그 점 때문에, 마음대로 페달을 밟지 못했다. 내가 펼칠 수 있는 운동 능력의 70%정도만 동력전달에 쓰고, 나머지는 조향과 전방주시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그 덕에 무사히 오긴 했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물에 빠진 돼지 꼴이 되어 기록을 확인해 보니, 갈 때 보다 10분이 단축되었더라. 조금 아까웠다. 좀 더 밟았다면 더 줄일 수도 있었을텐데. 


다행히 백팩의 빵은 물 한 방울도 묻지 않았다. 아내가 빵을 좋아했다. 물론, 비에 홀딱 젖은 내 몰골을 보며 기함했던 건 당연한거고.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8. 1. 11:58

잡스런 행정 일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학내 보건소에서 신체검사를 받고 이십여통의 서류를 떼러 옛 조직과 경찰서를 비롯한 여기저기를 이리 저리 뛰었다. 이 폭염에!! 이판국에 이미 나온 서류 나왔다 알려주지 않아 소중한 내 삼십분을 날려먹은 성동경찰서 전산실 안경 누님은 각성해야 한다. 딱히 P탓도 아니지만 이런저런 서류 준비를 너무 늦게 알려 준 행정실에도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압권은 어제 오후, 소위'기본증명서'를 추가로 떼야 했다는 것. 별 생각없이 민원24에 접속했더니 어라라? 이건 민원24에서 못 떼고 법원에서 운영하는 가족관계 어쩌구로 가라네? 그때부터 심기가 불편해졌다. 아니 뭐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기타 정부는 독자 사이트 구축하기 싫어서 민원 24에 자기네가 가지고 있는 정보 다 쏟아붓고있는 줄 아나? 민원인이 보기에는 그냥 다 '정부'지, 왜 유독 가족관계증명만 따로 사이트를 굴리는 건데? 


삐딱해진 심기는 오만 가지 깔리는 활기찬 엑스에도 불구하고, 증명출력이 안 되는 데서 점점 더 불편해졌다. 몇 번을 시도해도 안 되어 FAQ를 들여다보고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IE11에서는 안됨. 그러니 다운그레이드 해서 하셈"아니 이게 뭐 하는 짓이여? 독자사이트 구축한 것도 시민들을 졸로 보는 건데, 그나마도 이따위로 굴리면 어쩌라구? 


결국 다운그레이드 하고, 재부팅 하고, 개삽질을 반복한 후 출력하고 나니 한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테그 예쁘게 붙여서 행정실 제출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태생적으로 모든 기관은 독자 사이트를 운영하고 싶어한다. 자기 기관 고유 정보를 누가 공유하고싶을까. 그럼에도불구하고, one-window-system을 꾸려야 하는 이유는 그 정보의 원천이자 주인이 시민들이고, 시민들은 정부를 따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정보 떼는 데 뺑뺑이를 왜 자기가 돌아야 하나? 그것만해도 짜증나는데 업데이트되는 플랫폼에 업그레이드도 안한다? 노통 살아있었으면 그냥 불벼락이다. 일단 잡설은 여기까지. 보스의 말마따나, Calm down, calm down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7. 28. 10:38

요즘 비슷한 생각이 계속 든다. 일이든 공부든 뭐든, 타고난다. 재능이 먼저다. 개같은 점은 그걸 알려면 꽤 높은 수준까지 일이든 공부든 뭐든 파 봐야 안다는 거. 그렇기 때문에 재능과 노력이 맞아 떨어져서 소위 '뜨는' 거, 운빨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정작 당사자와 co-work하는 사람들에게는, 바로 이 이유때문에 죽을 맛이라는 점.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7. 25. 15:54

재능보다 태도가 중요하다. 반짝반짝 하는 아이디어 내놓아서 빛나 보이는 건 정말 잠깐이다. 그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를 가다듬어 누구나 알아볼 수 있게 시간과 노력을 일을 들이는 일이 진짜다. 진짜 재능은 바로 전자가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있는 끈기와 자기통제능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전자에 현혹된다. 


보스도 이 함정에 빠진 게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있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K의 깊이를 가질 수 없다. 뭔 짓을 하더라도 L처럼 반짝반짝한 질문을 던질 수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회사때나 지금이나 걸레 빨아 행주 만드는 일이 전부다. 이런 노가다성 적합도를 떠올릴 때마다 난 양가적 감정에 빠져 허우적댄다. 내가 가지지 못한 재능을 가진 이들에 대한 열등감, 그리고 잡일이 되든 뭐가 되었든 대다수가 만족은 못해도 인정은 할 정도의 수준까지는 끝까지 매끄럽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우월감. 그런 열등감 머신이다 나는. 


L은 후자를 그다지 파지 않는다. 아마 그게 큰 걸림돌이 될 거라 생각해왔다. 녀석은 그걸 넘을 수 있을까.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7. 10. 17:00

보스나 나나 완전히 뒤통수 맞은 일이 하나 있었다. 그덕에 팔자에도 없는 프로젝트에 빨려들어가 회의자료를 만드는 데 하루의 절반을 보낸다. 오랜만에 해 보는 기획실 직원 코스프레다. 산더미같은 자료를 파일과 문서로 쌓아두고 엑기스만 짜내 내부회의 초안을 만든다. 분량은 20매 정도. 정식 회의에 얹기 위해, 이걸 다시 3-4장으로 줄인다. font는 15에 줄간격 200%. 폰트가 너무 크지 않느냐는 후배들에 지적에, 최종보스는 "아우, 글꼴 커서 눈이 시원시원하다"로 답했다. 이번 회의자료의 최대 성공 요인은 15pt로 키운 폰트라며, 보스와 나는 낄낄댔다. 


조금 전 만든 최종회의자료를 들여다본다. 휴먼명조 15pt에 줄간격 200%, 부가설명으로 중고딕 13pt에 줄간격 160%. 요약은 회색 박스 안에 줄간격 130%으로 중고딕 13pt 다섯 줄. 오랜만에 각 잡고 만든 회의자료를 보니 3년 반 동안 박박 굴렀던 기획실 평가팀 생각이 났다. 걸레 빨아 행주 만드는 일이라 자조했던 시절의 깜냥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그렇다고 기분이 마냥 좋은 것 만은 아니다. 너무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헛되게 보냈다는 자괴감이 다시 밀려든다. 


내게 옛 직장은 그런 곳이다. 원치 않은 skill을 여럿 익혔으나, 시간이란 가장 소중한 자원을 지나치게 낭비했던 곳이다.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7. 8. 01:13

보스와, 그리고 동료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아니, 나는 치과 진료로 인해 맥주 한 잔 뿐이었다. 올빼미 버스 앞에서 잠시 고민했다. 이 버스를 타고 간다면 집에는 두시 반에 도착할거고, 아침 미팅을 하려면 집에서 늦어도 여덟시 반에는 나와야 한다. 차라리 에어컨 나오는 학교에서 잠을 자는 게 낫지 않을까. 왕복 차비 3300원으로 아침을 먹는 게 낫지 않나. 그리고 공부 시간도 벌고. 내기를 걸었다. 앉아 갈 확률이 아리까리한 이 시간대, 버스에 자리가 넉넉하면 집으로, 아니면 박사과정 휴게실로. 버스는 자리가 넉넉했다. 버스에 올랐다. 앉은 자리가 편안했다.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7. 7. 11:03

그러니깐, 학교 나온 오늘이 아니라 어제 이야기다. 별 게 있을리가 있나. 졸업여행가서 마눌은 집에 없고. 일찍 눈이 뜨이길래 자전거를 타고 의정부 발곡역 찍고 돌아왔다. 어제 사온 통닭을 대강 씻어 스리랑카에서 사온 향신료 주머니의 계피 막대기와 마눌 두 줌을 넣어 압력솥에 두 시간 고아먹었다. 젓가락으로 닭다리뼈를 부술 수 있을 정도로 흐물흐물해지더라. 진짜 밥 먹고 놀다가, 음악을 듣고, 만화책 두어 권과 하성란의 소설을 읽다가, 동치미 국물과 닭 육수를 섞어 냉면을 만들어 먹었다. 일찍 피곤이 몰려왔다. 열 시간 가깝게 잠을 자고, 자전거 페달을 밟아 학교에 왔다. 생일 축하 인사에 무심하게 "7월 첫째주 월요일이지 생일은 무슨" 이라 대답하고 있다. 생일이 뭐 중요한 날이라고. 유난 떨 시간에 논문 한 편을 더 보겠다.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6. 29. 14:10

연구실의 K가 대형사고를 쳤다. 수습할 방법이 없다는 게 첫번째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보스가 이를 수습하려고 시도하는게 우리는 물론이고 보스에게까지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일이라는거다. 일이 그렇게 된 이상, 나는 K에게 지랄을 할 수 없었다. 수습가능한 거라면 지랄 한 번 세게 하고 방법을 가르쳐주고, 그대로 하고 있는지 족치면 그만인 일이다. 하지만 수습할 수 없는 일에 그런 게 무슨 소용이랴. 가능한 한 "이런 이야기 하는 게 정말 안타깝고 미안하지만..." 이란 말머리를 붙여가며, 녀석의 눈앞에 닥친 현실이라는 괴물의 형체를 대강이나마 이야기 해 줄 수 밖에 없었다. 


전화를 끊고 K의 대형사고에 원인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녀석은 연구실 출입구에 가장 가까운 자리이자, 내 서가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있다. 그런지라 오며가며 녀석의 책상이 눈에 가끔 들어온다. K는 다짐이나 할 일을 책상 앞에 포스트잇이나 메모지를 써서 붙여놓는 습관이 있다. 어느순간 내가 보고 뜨악한 게 하나 있었다. "행정일은 최대한 기계적으로, 영혼없이." 나는 그때 K가 오만을 떨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은 "기계적으로, 영혼없이" 처리하기에, K의 행정사무처리 능력은 너무도 형편없다(그와 반대로, 학문적으로는 보스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학생이 K이다). 그런데 행정사무라는 일의 성격상, 하는 사람이 빵꾸내면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에게 적잖은 민폐를 끼치는 일이다. 그렇게 빵꾸 몇 번 나면 평판도 덩달아 떨어지게 된다. 역시나, 심심치 않게 뚫린 빵꾸를 동료들이 꽤나 많이 메꾸어주었다. 말로는 고맙다고 하지만 그런 일이 빈번해지니 지나면 지날수록 립서비스 정도로만 느끼게 되는 측면도 있고, 더 큰 문제는, "얘는 그거 안 되는 얘"로 찍혀버리기 딱 좋다는 거. 


더 큰 문제가 있다. 세상에는 K의 말마따나 "최대한 기계적으로, 영혼없이"하는 일을 생계수단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우리는 '사무직'또는 '행정직'이라고 부른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메뉴얼화되어있는 일은 정말 '기계적으로' 쳐 나가겠지만 그것만으로 커버할 수 없는 예외적인 상황은 수시로 터진다. 바로 그들이 적잖은 연봉을 받는 이유는 그런 "예외적"인 경우를 많은 사람의 상식에 벗어나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유연함 때문이다. 그런 일을 "기계적으로 영혼없이"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자체로 무시무시한 능력자이다. 


지금의 폭풍이 지나간 다음에, K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어야겠다. 지난 학기와 이번 일을 거치면서, "자기 일 말고는 주변에서 뭔 일이 터지는 쌩까서 결과적으로 민폐를 끼치면서, 나중에야 말로 대강 무마하려는 성향의" 캐릭터였다는 걸 내가 너무 늦게 알아서 이미 마음속으로 아웃시킨 캐릭터긴 했지만, 그래도 한 때 연구실에서 가장 믿을만한 동료가 될 수 있겠다는 착각을 한 적이 있던 건 사실이니까.

Posted by mannerist
打字錄2014. 6. 27. 00:54

학기 마무리중이다. 지금까지 오늘 하루동안 3만자를 썼다. 1만자를 한국어로 쓰고, 그걸 다시 영어로 옮겼다. 이걸 마치고 교수님께 제출한 시간이 오후 두 시. 내일 연구실 엠티에 필요한 물품을 사러 중앙시장에 잠시 들렸다가 마눌과 함께 먹을 햄버거를 사서 돌아온 게 오후 세시 반. 일주일의 제한시간에 살인적인 분량의 자료를 읽고 요약, 비평하는 take-home exam 자료 중 마지막으로 남은 서른 장 짜리 논문을 다 읽고 요약한 것이 일곱시. 저녁으로 마라양념 야채오댕볶음과 오뎅탕을 새로 지은 밥과 같이 다 먹은 건 여덟시. 이런저런 뒷처리를 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은 것이 아홉시. 그때부터 주리장창 답안 달고 있다. 30장 이상의 분량에서 현재 11장 채운 상태. 이 속도로 잘 나가면 아마 한국-벨기에 축구 전에 끝날 수 있을 듯도 하다. 코스웍 마지막 학기, 참으로 지난하다. 

Posted by mannerist